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고 홍양순씨를 대신해 여명훈 해군 잠수함사령부 홍범도함 중위에게 건국훈장애국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을 맞아, 고국으로 유해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부인과 아들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또 “독립유공자들께 명예롭고 편안한 삶을 드리는 것은 국가의 무한한 책임”이라며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할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운동 102돌 기념식에서 홍범도 장군 부인 단양 이씨와 아들 홍양순씨 등 독립유공자 7명에게 건국훈장 및 대통령표창을 수여했다. 단양 이씨는 1908년 3월 함경남도 북청군에서 홍 장군의 의병활동과 관련해 체포돼 취조를 받던 중 심한 고문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홍양순씨는 아버지 홍 장군의 의병부대에 들어가 1908년 함경남도 정평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에 순국했다.
기념식에선 현재 홍범도 장군의 생존하는 유족이 없어 ‘여천 홍범도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해군 잠수함사령부 ‘홍범도함’에서 근무하는 여명훈 중위가 대리 수상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뒤 카자흐스탄에 있는 홍 장군 유해의 국내 송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유해를 봉환할 준비가 되어있다. 코로나가 진정되는 대로 한국에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을 개최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립유공자를 위한 코로나 긴급구호 물품 전달과 함께 ‘한방 주치의 제도’와 ‘자율주행 스마트 휠체어 지급’과 ‘인공 망막·스마트 보청기 개발’ 등의 계획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 곁에 계신 생존 독립유공자는 스물네 분에 불과하다. 모두 아흔을 훌쩍 넘기셨다”면서 “독립유동자들께 명예롭고 편안한 삶을 드리는 것은 국가의 무한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한편 굵은 빗속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류현진이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영상으로 낭송했고, 스포츠 선수 약 170여명이 함께 애국가를 영상으로 제창했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17개 종목 143명과 축구·야구·골프 등 국외에서 활약하는 22명이 각자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을 활용했다. 이어진 독립선언서 낭독은 독립운동가들의 후손과 수어 통역사·다문화 대표 연예인 등 7명이 함께 했다. 가수 정인씨와 매드클라운, 헤리티지 합창단이 독립을 향한 선조들의 의지를 담은 곡 ‘대한이 살았다 2020’를 공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탑골공원에서 3·1절 기념식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탑골공원은 102년 전 시민과 학생들이 만세를 외치고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3·1운동의 발상지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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