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다독인 청와대 개편…이철희 “아닌 것엔 ‘NO’라 말할 것”

여권내 ‘쓴소리맨’ 정무수석 기용
사회수석 이태한·방역기획관 기모란
방역·백신수급 문제 해결에 방점

이철희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오른쪽)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최재성 전 수석과 손잡고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이른바 ‘비문재인계’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하고, 코로나19 방역 및 백신 업무 라인을 재정비한 것은 지난 4·7 재보궐선거 결과에서 드러난 민심을 다독이고 변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이철희 전 의원을 정무수석에 기용한 것은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이를 국정 운영 기조에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고 있으며, 복잡한 현안에 대한 대안 제시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와 야,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상생과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철희 신임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통해 “4·7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잘 헤아리고, 할 말은 하고, 또 어떨 때는 아닌 것에 대해서는 ‘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참모, 헌신하는 참모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보궐선거 패배 뒤 민심을 수용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 김한길 전 의원 보좌관, 손학규 대표 시절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등을 지낸 정치학 박사로 종합편성채널 시사프로그램에서 활동하며 대중적 인기를 누리다가 20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조국 사태’가 한창 불거졌던 지난 2019년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라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다시 방송인으로 돌아왔다. 이 수석은 문재인 정부 들어 “윤석열 전 총장의 부상에 여권이 져야 할 책임을 인정하면 좋겠다” “그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추-윤 갈등’이 아니라 재정 민주화에 쓰고,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 쏟았다면 지금처럼 위축되고 수세에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 등 민주당을 겨냥한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사회수석을 교체하고 방역기획관을 신설한 의미는 새 인물을 투입해 누적된 피로감으로 인해 점차 느슨해지는 방역과 불안한 백신 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다. 신임 사회수석에 임명된 이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는 복지정책관·보건의료정책실장·인구정책실장 등을 지내며 보건복지부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이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예방의학 전문가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방역기획관으로 발탁했다. 청와대는 “기모란 신임 방역기획관은 방역 정책 및 방역 조치를 전담하기 위해 신설되는 방역기획관실의 첫 비서관으로서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에 박경미 교육비서관을, 법무비서관은 서상범 선임행정관을 발령냈다.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출신인 박 신임 대변인은 20대 국회 비례대표를 지냈으며 21대 총선 때 서울 서초을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한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은 이날 교체대상에서 빠졌다. 이 실장은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일하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시장 재선에 도전하던 김기현 당시 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의 핵심 공약 산업재해모병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늦추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학의 불법 출금 및 은폐 의혹’에 연루된 이광철 민정비서관도 유임됐다.

이완 서영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