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자 김부겸 전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부겸 후보자의 어깨엔 역대 총리들보다 훨씬 무거운 과제가 놓여 있다. 초대 총리였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파행을 바로잡고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노선을 정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새 정부 출범 초반의 압도적인 인기를 함께 누렸다. 바통을 이어받은 정세균 총리는 코로나19 대확산으로 피폐해진 민생난과 방역 문제 해결에 온힘을 쏟았다. ‘코로나 총리’로 불릴 만큼 고생을 했지만 동시에 ‘케이(K) 방역’ 성공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마주한 현실은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위협 속에서 해결되지 않는 백신 공급 문제, 누적된 방역 피로감, 4·7 보궐선거 패배로 확인된 민심 악화 등이다. 방역의 고삐를 죄고 백신 문제를 수습해 차기 대선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역갈등·불평등 완화, 사회통합과 함께 내각의 기강을 잡아 공정과 정의의 원칙을 세우는 일도 김 후보자에게 놓인 과제 중 하나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임시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연수원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더 낮은 자세로 국정을 쇄신하겠다”며 “성찰할 것은 성찰하고 혁신할 것은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남은 1년 기간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와 경제,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이 계획대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 국민이 안심하고 하루 속히 일상을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질책에 대해 분명히 답을 하겠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사건 등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에 원칙을 세워 쇄신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잠시 언급조차 사라졌던 야당과의 협치 문제도 등장했다. 김 후보자는 “협치와 포용, 국민통합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 야당에 협조 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집권 막바지에 자칫 엇박자가 나기 쉬운 당·정·청을 매끄럽게 조율하는 가교 역할도 김 후보자에게 요구된다. 당장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손실을 소급해 보상할지를 놓고 당과 정부가 의견이 다르다. 과거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당과 정부가 강하게 충돌했던 사례가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후보자의 장점은 40여년 동안 풍부한 정치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다. 1977년 대학 시절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했고 1980년대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간사로 활동하며 재야 민주화운동을 벌였다. 한겨레민주당, ‘꼬마민주당’을 거쳐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가 2000년 7월 열린우리당 창당에 동참했다. 2012년부터는 지역주의 타파를 목표로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관심을 모았다. 2012년 총선,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16년 총선에선 62.03%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되며 31년 만에 민주당 깃발을 대구에 꽂았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대구에서 낙선한 뒤 같은해 8월 민주당 당 대표에 도전했다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패했다. 정치적 휴지기를 보내면서도 차기 총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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