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장관에 대한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재보궐선거 참패 뒤 9일 만에 총리 교체를 포함한 개각과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 대구 출신 총리와 ‘비문’ 정무수석 기용으로 ‘통합’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5개 부처 장관에는 모두 관료 또는 전문가를 등용하면서 ‘관리’에도 방점을 찍었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16일 브리핑에서 김부겸 전 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 장관을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이유에 대해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역구도 극복, 사회 개혁, 국민 화합을 위해 헌신해왔다”며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륜과 식견, 균형감 있는 정무 감각과 소통,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분으로 코로나19 극복, 부동산 부패 청산, 경제회복과 민생 안정 등 지난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절실한 요구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2016년 총선에서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31년 만에 민주당 깃발을 꽂는 기록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앞선 총리(이낙연·정세균)가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김 후보자 총리 기용은 지역통합 의미가 크다.
경북 포항 출신인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발탁한 것도 눈에 띈다. 전병헌·한병도·강기정·최재성 등 문재인 정부 역대 정무수석은 모두 친문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임기 말 위기 상황에 ‘비문’ 정치인을 처음 기용했다. 이 수석 발탁을 통해 ‘통합’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윤창렬 사회수석 후임으로는 이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를 임명했다.
과기부 임혜숙, 산업부 문승욱, 노동부 안경덕, 해수부 박준영
이와 함께 이날 교체된 5개 부처 수장은 모두 ‘관료’ 출신을 내정해 정권 후반기 정책 연속성과 안정적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달 사의를 표명했지만 ‘시한부 유임’됐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에는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발탁됐다. 유 실장은 노 후보자에 대해 “부동산 부패 청산이라는 국민적·시대적 요구를 충실히 구현하고,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환골탈태 수준의 조직 혁신을 이뤄내 부동산 시장 안정과 국토균형발전 등 당면 과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는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문승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고용노동부 장관은 안경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각각 내정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는 박준영 해양수산부 차관이 승진 기용됐다.
이날 5개 부처를 대상으로 한 개각은 모두 관료·전문가로 채워졌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박범계 법무부, 전해철 행정안전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한정애 환경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이 대거 내각에 진출한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는 안정적인 임기 마무리를 원하는 문 대통령의 뜻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실장은 “이번 개각은 일선에서 직접 정책을 추진해오던 전문가들을 각 부처 장관으로 기용함으로써 그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동력을 새롭게 마련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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