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수석과 비서관 교체 등 작지 않은 규모의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지만 이진석 국정상황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유임됐다. 이 실장이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 의혹으로 기소됐고 이 비서관이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음에도 자리를 유지한 것이다.
이 실장은 2017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시절, 울산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송철호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이 추진한 산재모병원 예비 타당성 탈락 발표 시점을 선거가 임박한 2018년 5월로 조율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선거법 위반)로 지난 9일 불구속 기소됐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지난해 1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황운하 의원, 송철호 시장 등 13명이 기소된 데 이어 13개월 만에 이 실장이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국정상황실은 청와대의 촉수와 같은 존재로, 국정 현안은 물론 대형 사건·사고까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조직이다. 촉각을 곤두세워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 실장으로서는 법정에 출석해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까지 안게 된 상황인데, 기소 직후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므로 (이 실장 거취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 판단하겠다”던 청와대는 이번 참모진 개편 대상에서 이 실장을 제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8일 “이 실장은 코로나19 방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방역이 엄중한 상황에서 이 실장이 빠진다면 여러 가지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며 “방역기획관도 이제 오고, (교체 여부)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체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을 강조하는 기조를 감안하면 교체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발탁돼 조국 수석과 호흡을 맞췄던 이 비서관은 이번에도 자리를 유지했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무혐의 처분 뒤 현재는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청와대는 이 비서관이 불법 출금 의혹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관련성이 없으므로 교체 여부를 검토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2월 신현수 민정수석 사퇴 파동 때도 이 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이 비서관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광철 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나게 되면 바로 검찰에 불려들어가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잠잠해진 검찰 관련 이슈가 다시 부상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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