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차 특별 방역 점검회의에서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한 30대 남성을 모욕죄로 고소한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는 문 대통령 발언과 어긋나는 일로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시민 개인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은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건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아무개씨는 2019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주변에서 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선친이 친일을 했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했다. 전단지 뒷면에는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 등을 적었다. 이밖에 여러 모욕적인 표현도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뒤 김씨는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모욕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지만 조사 당시에도 경찰은 김씨에게 고소인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안이 다시 문제가 된 건 최근 영등포경찰서가 기소 의견으로 김씨를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청와대가 공식적인 확인은 안 하고 있지만, 사건이 발생한 2년 전 문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김씨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기독교계의 불법집회 주최로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키운 지난해 8월 교회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하는) ‘가짜뉴스’는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는 이 발언과 배치된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에게 고소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3일 “독재 국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범죄일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모욕죄가 성립되어선 안되는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시민들이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비난마저도 할 수 있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대통령”이라며 “배포된 내용이 어떤 것이었든, 대통령에 의한 시민 고소는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것은 이해하고 선처하는데 고소 사유가 대통령 개인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며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는 영역이면 개인으로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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