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을 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언급하며 “사면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충분히 국민 의견을 듣겠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지난달 청와대가 “이 부회장 사면 건의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사면과 관련한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질문을 받자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힌 뒤, “그러나 여러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통령이 결코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눈에 띄는 것은 문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언급한 점이다. 삼성 쪽과 일부 경제단체들은 삼성반도체 경쟁력을 위해 이 부회장이 현업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 사면과 반도체 경쟁력은 관련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회견 뒤 “오늘 사면에 대한 대통령 말씀이 이전보다 많아졌다. (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고뇌가 깊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 우리 사법의 정의, 형평성, 국민 공감대,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