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부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20일 부인상을 당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에게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명의 조화를 보냈다. 이 조화는 빈소 가장 안쪽에 놓였다. 그 옆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당대표 권한대행)가 보낸 조화가 놓였다.
문 대통령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조화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관례’에 따라 보냈다고 한다. 다만 곽 의원이 문 대통령과 그 일가에 대한 ‘저격수’를 자임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대통령 명의 조화를 보낸 것이나 곽 의원 쪽이 조화를 ‘상석’에 놓은 것 모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 의원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문 대통령과 자녀 관련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곽 의원은 2019년 자신에 대한 표적 수사 지시를 했다고 주장하며 문 대통령을 고소하는 한편, 지난 3월 문 대통령 등에게 5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곽 의원은 2013년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2019년 검찰 조사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말 곽 의원이 낸 민사소송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그런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냈다.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은 물론, 아들과 딸, 사위, 손자에 대해서도 여러 의혹을 제기했고, 양쪽 모두 고소·고발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의 딸 다혜씨는 지난 1월 자신과 아들을 향한 특혜 의혹을 제기한 곽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앞서 그 1년 전인 2020년 1월에도 곽 의원이 손자 관련 의혹을 주장하자, 당시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초등학생 손주까지도 정치공세 대상으로 삼는 것이 국회의원이 할 일인지 의문이다. 정상적인 국회의원의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곽 의원은 지난 2월 곧바로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를 상대로 코로나19 피해 예술지원금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준용씨는 “곽 의원이 국회의원 권한을 남용해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문 대통령 사위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는데, 곽 의원은 지난 3일 고발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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