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1일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마스크를 벗고 맨손으로 악수를 나눴다. 백신 접종률이 48%(1차 접종기준)에 이른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이란 중요 외교 무대를 활용해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전 세계에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21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문 대통령이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1시간13분 동안 접견하고 한-미 동맹의 발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방안, 지역 및 전세계 협력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목을 끈 것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두 인사가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접견을 하기 전 행정동 발코니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미국 정부의 달라진 거리두기 지침 때문이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앞선 13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은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만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인사를 나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해리스 부통령을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정신은 지난 70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피 흘리며 싸운 한-미 동맹의 역사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동맹으로 코로나 극복과 자유민주주의적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미국의 여정에 늘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양국의 동맹이 동북아, 인도.태평양,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 안보,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스가 일본 총리에 이어 문 대통령이 두번째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동 테라스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어 “(해리스) 부통령님은 그동안 민주주의와 여성, 유색인종, 저소득층 등 소수자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오셨다”면서 “부통령 취임 당시 에스엔에스(SNS)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참한 진주목걸이 캠페인을 인상 깊게 보았다”고 각별한 관심을 내비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이자 첫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다. 취임식 당시 많은 미국 여성들이 백인과 남성 중심의 강고한 ‘유리천장’을 깬 그를 축하하기 위해 해리스 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진주 목걸이를 착용한 사진을 에스엔에스에 올린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보이지 않는 차별과 유리천장을 앞장서서 극복해온 부통령님에 대한 애정과 지지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통역에 귀를 기울이던 해리스 부통령은 기쁘게 웃으며 반겼다.
한편, 청와대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문 대통령과 만남에서 특별히 강조한 것은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등 중미 3개국 출신 이민자 문제였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지원과 역할을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심각한 빈곤을 줄이기 위한 개발사업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고 응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취임 뒤 바이든 대통령한테서 멕시코와의 접경지역으로 몰려드는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경장벽 건설을 중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당부한 것은 미국 내 한국 동포사회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었다. 한-미는 이번 만남을 통해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 범죄에 대한 깊은 우려를 공유했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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