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임 중 네번째로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에 여성 부통령, 여성 하원의장 등과 만나 ‘이민자’ ‘여성’ 등 소수자와 관련한 폭넓은 논의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백인 남성 대통령-부통령을 만났던 것과 달리, 미국의 ‘다양성’과 마주했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접견하고 한-미 동맹 발전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방안, 이민자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면서 첫 흑인 부통령이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등 중미 3개국 출신 이민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의 지원과 역할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심각한 빈곤을 줄이기 위한 개발사업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자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취임 뒤 조 바이든 대통령한테서 멕시코와의 접경지역으로 몰려드는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경장벽 건설을 중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과 최근 미국 내에서 아시안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누면서 재미동포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서 미국 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의회를 방문한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2007년 미 하원에 위안부 결의를 낸 바 있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 수차례 관련 언급을 했다”며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사 문제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의 이날 발언은 ‘전쟁범죄에 유린된 인권의 문제’를 강조하는 한국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펠로시) 하원의장과 말씀을 주고받고 하는 중에 나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해 문 대통령한테서 받은 연하장을 꺼내들고 “아주 예뻐서 간직하고 있다.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글도 감동적이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의 앤디 김(뉴저지), 매릴린 스트리클런드(한국명 순자·워싱턴), 공화당의 미셸 박 스틸(박은주·캘리포니아), 영 김(김영옥·캘리포니아) 등 한국계 하원의원 ‘4인방’도 모두 참석했다. 한복을 입고 의원 선서를 해서 화제를 모았던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의원이 되어 한복을 입고 의원 선서를 하게 되어 매우 감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앤디 김 의원은 “부모님께서 50년 전 가난한 한국에서 미국에 이민을 왔다. 이제 하원의원이 돼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나니 매우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앤디 김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고 스트리클런드, 스틸, 영 김 의원이 처음 당선되면서 미국 의회의 한국계 의원은 1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여성 하원의장과 여성 부통령을 차례로 만난 문 대통령은 22일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최초로 추기경에 임명된 윌턴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를 면담할 예정이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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