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내년까지는 나라 살림살이를 더 키우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으로 인해 대면 서비스업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문제 해결과 사회안전망 투자를 위해선 나랏돈을 더 써야할 필요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늘어난 추가 세수를 활용해 상황에 따라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재정이 경제의 균형추가 되어 부족한 가계와 기업의 활력을 보완하고 계층 간, 부문 간 양극화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면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경기의 확실한 반등과 코로나 격차 해소를 위해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도 “재정의 역할이 막중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지난해와 올해 ‘전시재정’의 각오로 재정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경제는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산업의 영역에 따라 경기 회복이 불균등하고, 일자리의 양극화가 뚜렷하다”는 진단 때문이다. 특히 “일자리의 위기는 곧 분배의 위기”라면서 “정부의 적극적 정책대응으로 소득 5분위 배율이 2분기 연속 개선되고 있지만, 재정 작용의 효과에 의한 것일뿐 시장소득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두시간 동안 진행된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재정 분야의 최고위급 의사 결정 회의다. 올해 회의는 2022년도 예산안과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등을 논의했다. 일년에 한차례 열리는 이 회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인 2004년 처음 열린 뒤 18번째 회의다.
국가채무비율 등 나라빚 증가에 대한 우려는 확장재정이 선순환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하며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전례없이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재정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확장 재정의 운용에 의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올해 들어 큰 폭의 세수 회복으로 이어져 재정 건전성 관리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늘어난 재정을 투입해야 할 분야로는 고용안전망·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와 함께 신 산업과 기술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이후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도 뒤질 수 없다.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을 시작으로, 새로운 산업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등 추가경정예산을 검토할 뜻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방역 상황과 경제 여건 변화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재정 출구전략 마련도 함께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이후도 대비해야 한다”며 위기를 맞아 한시적으로 추진하고 확대했던 사업들에 대한 출구전략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지난해 마련한 재정 준칙이 2025년부터 계획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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