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공개로 인해 다시 한번 청와대의 인사 난맥상이 확인됐다. 차관 임명 이전 허술한 사전 검증은 물론, 폭행 사건이 언론을 통해 불거진 이후에도 몇달 동안 사실확인 등의 조처를 하지 않는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한 것이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과 후속 대처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일 공석인 법무차관에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전날 전임자인 고기영 차관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에 반대하며 사퇴하자 이를 채우기 위한 인사였다.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 내부에서 총장 징계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징계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면담을 자청해 차관 교체를 요청했다. 이 전 차관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법률자문을 맡았고, 2017년 민간인 출신으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기용된 바 있다.
하루 만에 차관을 임명하는 데 대해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이용구 차관은 전에도 차관으로 거명됐던 분이라 검증을 이미 다했던 사람이다. 그 검증 자료를 확인만 하면 되니 신속한 검증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이 임명된 지 17일이 지난 12월19일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청와대 검증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청와대는 ‘민간인 시절에 벌어진 일이었고 입건되지 않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폭행 사건 보도 이후 대처다. 택시기사 폭행 논란과 증거인멸 시도 의혹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 전 차관은 지난달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28일 사의를 표했다. 그로부터 닷새만인 지난 2일 블랙박스 동영상이 폭로됐다. 청와대는 영상이 공개된 이튿날인 3일에야 “이 전 차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떠한 공식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올해 초부터 진행된 진상조사과정에서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이 전 차관이 공직을 계속 수행하도록 하고, 폭행 동영상이 공개된 후에야 사표를 수리한 청와대 등의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이 전 차관의 폭행사건은 법무부 차관직에 지명되기 불과 한달여 전에 있었던 일이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과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완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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