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국가정보원을 방문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취임 뒤 두번째로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박지원 국정원장으로부터 ‘개혁성과’를 보고받고 “우리는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정원 개혁성과 보고회’에서 “나는 지난 2018년 7월 이곳에서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고,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나도, 여러분도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또한 “이제 국정원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개혁의 주체가 된 국정원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이룬 소중한 결실이자 국정원 역사에 길이 남을 찬란한 이정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국정원은 국내정보조직의 해편을 단행하고 의혹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정보활동부터 예산 집행에 이르기까지 적법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면서 “마침내 지난해 12월, 국가정보원법 전면 개정 입법을 통해 개혁의 확고한 제도화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국정원법 개정으로 국내 정보 업무가 폐지되었고, 방첩·대테러·사이버·우주정보 등의 업무가 구체화되거나 새로 추가됨에 따라 조직 체계 전반을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대공수사권 이전과 관련해서는 올해 경찰과 합동수사를 진행했고, 새로운 협업수사 모델을 시범 운영하는 등 2023년 말까지 완전한 수사권 이관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변호사 자격을 가진 준법지원관이 업무 전 과정에서 준법 여부를 확인하고 있고, 외부 인권보호관을 위촉하는 등 외부 통제도 강화했다고 보고했다.
박지원 원장은 “국정원은 국민의 요구와 정부의 강력한 의지, 전 직원의 노력으로 정치와 완전히 절연하고 북한·해외 전문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일 잘하는 국정원’ ‘미래로 가는 국정원‘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기 전 순직한 정보 요원들을 기리기 위해 국정원 청사에 설치된 ‘이름없는 별’ 조형물 앞에서 묵념했다. 최근 이 별은 18개에서 19개로 늘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제막한 ‘이름 없는 별’에 그 사이 별 하나가 더해진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름과 직책조차 남기지 않은 채, 오직 ‘국익을 위한 헌신’이라는 명예만을 남긴 이름 없는 별들의 헌신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새 원훈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을 새긴 원훈석 제막식에도 참석했다. 이전 모토는 지난 2016년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였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국정원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8년 7월 이후 두번째다.
이날 문 대통령의 긍정적 평가와 별도로, 국회는 여전히 국정원 개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며 결사반대헸던 테러방지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로 판단한 사람의 출입국·금융거래·통신정보·개인정보·위치정보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반대한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되고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테러방지법에 대한 개정 움직임은 없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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