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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ILO 연설…“고용 위기·불평등, 시장에만 맡길 수 없어”

등록 2021-06-17 21:46수정 2021-06-18 02:46

1991년 가입 이후 30년 만에 참여
상생형 일자리·한국판 뉴딜 등 소개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화상으로 개최된 제109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화상으로 개최된 제109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화상으로 개최됐지만, 한국이 1991년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한 이후 대통령이 총회에 참석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모든 사람, 모든 기업, 모든 나라가 골고루 함께 회복해야 일자리를 지키고 불평등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화상 회의세션에 영상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전일제 일자리가 2억5천만개 이상 사라졌다. 세계 금융위기보 때보다 몇배 큰 타격이다. 문제는 고용위기가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백신이 보급되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일자리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의 특성을 생각하면 노동시장의 어려움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 회복’과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느 한 경제주체의 힘만으로는 이뤄낼수 없다. 시장 기능에 맡겨서는 풀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하며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힘을 모으기로 했던 ‘ILO 100주년 선언’의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사회 구조 변화 속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일자리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공정한 전환’을 위한 노력과 코로나로 확인한 ‘필수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당부했다.

187개 회원국 정부와 노사 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국제노동기구 총회의 이번 정상회의 세션에는 문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대표로 나섰고,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미국 일자리 계획’를 내놓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메리카 대표로 나왔다. 펠릭스 치세케디 콩고 민주공화국 대표(아프리카 대표),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유럽 대표), 프란치스코 교황도 연설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이 방역에 성공하면서 오이시디(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들도 한국의 정책 대응과 경제 전망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게 이번 총회에 초청 받은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올해 국제노동기구 총회에 참석한 것은 지난 2월 국회에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마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그동안 국제노동기구 가입 이후 핵심협약 8개 가운데 4개를 비준하지 않아,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조항 가운데 국제규범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조항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하는 등 외교 문제로 커지기까지 했다.

국회는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제29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앞서 정부 일각에선 지난 2019년 국제노동기구 출범 100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의 총회 참석을 검토했지만 당시 핵심 협약 비준 미비 등을 고려해 포기한 바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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