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편지’ 추억으로 사라지나…병사 계급 3단계 개편 추진

민·관·군 합동위 28일 권고
‘일자형’ 계급장도 변경 주문

지난 6월28일 민·관·군 합동위원회 출범식 모습. 국방부 누리집 갈무리

지난 59년간 군의 막내 계급을 지칭해온 `이등병'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28일 병사 계급체계를 현재 4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29일 국방부에 따르면 민·관·군 합동위는 28일 오후 국방컨벤션에서 박은정 공동위원장과 서욱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제4차 정기회를 열고 21개 권고안을 의결했다. 권고안은 이후 국방부의 정책 수립에 반영된다.

합동위는 병사의 복무 기간이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된 점을 고려해, 복무 기간에 비해 과도하게 계층화된 계급체계를 개선하는 안을 내놨다. 권고안에는 현재 이등병(2개월)-일등병(6개월)-상등병(6개월)-병장(4~7개월)으로 나눠진 계급을 일병(5~7주)-상병(9개월)-병장(8~11개월)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합동위는 또 서열적 의미가 강한 병사의 계급명칭의 ‘등’자를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합동위는 이를 통해 “불필요한 행정 소요와 예산 낭비를 방지”하는 한편 “진급 심사 준비 및 후속 조치 등 계층을 단순화해 소통 여건을 보장하고 악습 감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971년 제정 이후 50년간 그대로 사용 중인 병사의 일자형 계급장도 변경이 예고됐다. 합동위가 병사들이 국가에 헌신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복무할 수 있도록 일자형으로 된 현행 계급 표식 아래에 무궁화 표지를 추가하거나 새로운 태극문양 계급장을 제정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합동위는 “병사의 칠자형 계급장은 지구의 지표면을 상징하고 부사관의 ‘V자’형은 지표면 상에 성장하는 식물을 상징한다”며 “병사와 부사관 계층을 지표하와 지상의 관계로 표현”해 “병사가 부사관의 아래에 있는 존재라는 부정적 인식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합동위는 또 군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사건 처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군인·군무원 징계위원회에 의결권이 있는 민간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지금껏 징계위는 내부 위원으로만 구성됐으며 외부 위원은 자문만 가능했다. 군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퇴직한 군판사와 군검사에 대한 수임제한을 강화하는 변호사법 개정을 주문했다. 외부 기관에 범죄 피해를 제보한 장병에 대한 불이익 처분 금지 규정도 신설하라고 내용도 있다.

합동위는 이밖에도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연 30일 이상 병가를 쓸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민간병원 외래진료나 검사 때도 필요할 경우 병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장병의 부실 급식과 관련해서는 2024년까지 1만50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김지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