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식 교수.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통일문화가 없이는 통일이념을 만들 수 없고, 통일이념이 없으면 통일의 길을 볼 수 없습니다.”
제23회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자인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수상 소감에서 ‘통일문화’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남북이 각고의 노력 끝에 평화적 통일을 위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이것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기 때문에 “남북 사이에 추진되는 통일정책과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통일문화가 먼저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자신이 강조하는 통일문화의 중요성을 “지금 우리가 고통받고 있는 분단문화에 견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은 분단 76년의 역사에서 축적된, 강력한 관성을 지닌 분단문화의 파생물”이라며 분단문화를 “회의와 시기, 질투와 증오, 불신과 파괴의 문화”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한 통일문화는 “상대를 신뢰하고, 상대의 장점을 보고, 칭찬하는 문화이며, 상대가 있어서 내 존재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문화”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나아가 통일문화를 창출하기 위해선 “우리의 생각과 사고를 안보 패러다임에서 평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이질성의 조화”라는 것이다. 그는 “이질과 이질이 만나서 대화와 이해를 통해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상태가 진정한 평화의 정의”라며 “남과 북이 서로의 현격한 이질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부정하거나 배척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극복하면서 평화적으로 조화시키는 노력을 할 때 비로소 통일문화의 지평이 자연스럽게 열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통일문화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오늘의 세계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반목과 대결로 인해 테러의 공포가 지배하는 중동의 현실을 예로 들기도 했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통일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그는 “남과 북이 여전히 공유하고 있는 서로의 동질성을 학교 교육, 사회 교육, 그리고 언론을 통해 알리고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통일교육이고 이것이 바로 통일문화 조성의 핵심”이라며 “통일문화는 통일 후에 만들거나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통일 과정에서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정신은 통일”이라며 “한반도 분단은 외세에 의해 강제된 것인데, 이처럼 타율적으로 강제된 분단을 우리 스스로 존속시키고자 한다는 것은 민족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문화상이라는 상의 명칭 자체에 우리 시대의 정신이 담겨 있다”며 사회 각 분야와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애쓰고 있는 수많은 활동가에게 수상의 공을 돌렸다.
이선재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