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평화의 소녀상’ 김운성 조각가
‘평화의 소녀상’ 김운성 조각가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오른쪽) 작가와 서중석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전 이사가 지난 29일 전남 구례군 봉서리 봉성산 자락에 있는 ‘한겨레 생명평화공원’에서 새로운 생명평화의 상징물을 만들기로 다짐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김보근 선임기자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고 김철호 선생이 1990년대 중반 한겨레 생명평화공원 조성 과정에서 기거하던 움집을 헐고 조그만 전시공간을 새로 만들었다.
분단 희생자 위령 목적으로 만든
전남 구례 한겨레 생명평화공원에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손잡고
평화와 생명 상징 조형물 만들기로 내달 17~19일 지리산생명평화학교 그는 한겨레 평화공원에 들어설 작품도 ‘드러냄’과 ‘모음’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구례 지역을 포함해 각지의 연로한 주민들이 이념 대립과 전쟁의 상처에 대해 얘기하기를 꺼립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운동장에 끌려와 단지 ‘좌익’이냐 ‘우익’이냐는 권력자의 지목에 의해 처형돼야 했던 그 시대의 아픔은 지금도 드러내어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새 작품은 이런 ‘드러냄’의 과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래의 생명과 평화에 대한 우리 시대의 고민을 찾아 모으는 ‘모음’의 과정도 거칠 예정이다. 김 작가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지리산 생명평화학교’ 등을 통해 중장년층에서 청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단이 주최하는 지리산 생명평화학교는 지리산 천은사와 한겨레 생명평화공원 등지에서 평화를 주제로 강연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행사다. 지난 9월 초 1회 행사를 연 데 이어, 오는 12월17~19일 두번째 행사를 한다. 김 작가는 이 행사에서 ‘독일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과거사를 기억하는지’를 주제로 강의하고, 참석자들과 함께 한겨레 생명평화공원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김 작가는 “뜻이 맞는 교사들과 이야기해 초중고 수업에서도 미래의 생명평화에 대해 그림을 그리게 하는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모아나갔으면 한다”고도 했다. “아이들이 툭 던져주는 내용도 가슴에 다가오는 것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그는 또 “서중석 교수님과 같은 원로 사학자를 비롯해 사회학자나 철학자도 찾아뵙고 평화와 생명에 대한 의견을 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사실 작품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많은 스케치를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작가가 골방에서 구상한 작품이 아닌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으고 반영해 완성해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모인 생명·평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지리산의 햇살과 물 등 자연에 녹여내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할 계획”이다. ‘뼈에는 색깔이 없다’는 믿음을 통해 한 시대의 화해와 평화를 그리고자 했던 고 김철호 선생의 정신이 ‘새로운 시대정신과 함께 호흡하려는’ 김운성 작가에 의해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된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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