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정세토크: 미-중 신냉전과 한국의 선택’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평화는 깨어 있는 시민이 나서야 지켜낼 수 있다. 엘리트가 주역이 아니다.”
지난 10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한 정세토크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에서 문정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렇게 참가자들에게 대중적 실천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재단이 후원회원과 한겨레 독자를 위해 마련한 첫번째 대담 프로그램으로, 앞으로도 시의성 있는 주제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사회와 대담은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겸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맡았다.
문정인 이사장은 ‘신냉전’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경계하면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예로 들어 현재의 미-중 갈등이 보여주는 상황을 설명했다. “큰 전쟁은 패권국의 힘이 약화됨과 함께 도전국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불만족이 극대화될 때” 발생하는데 미-중 갈등이 이러한 필요조건이 조성되고 있기는 하지만 “냉전으로까지 치달을 만큼 충분조건이 성숙하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측면과 통상 부문을 중심으로 한 지경학적 측면, 그리고 기술 표준을 둘러싼 주도권 전쟁의 세 가지 측면에서 미-중 갈등은 전면적으로 격화되고 있고 2020년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연설은 트럼프 당시 행정부가 중국과의 이념대결로까지 끌고 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이념 문제를 배제하고 인권을 기조로 하는 가치 문제를 중국을 상대하는 국제외교의 기조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주권, 영토, 정통성 등 핵심이익을 건드리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문정인 이사장은 현재의 미-중 갈등을 차가운 평화(‘cold peace’)와 신냉전의 경계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미-중 갈등에 대한 우리의 외교적 선택에 대해서 여러 갈래의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보수진영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 대항하여 당연히 미국과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명청 교체기 삼전도의 굴욕을 예시하면서 중국의 주장에 편승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이 외교적으로 홀로서기를 하기 위한 방책들은 역사적으로 여러 방향에서 제시돼왔다. 문정인 이사장은 자신의 저서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에서 현 시기 국제질서에 대한 분석과 평가에 기초해서 초월적 외교를 펼쳐야 함을 자세히 설파했다. 이번 대담에서도 베이징 겨울올림픽,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갈등, 종전선언 등의 주제와 특히 미국이 최근 취하고 있는 외교적 협력과 대응을 설명하면서 우리 외교의 방향을 언급했다.
이날 <엔에이치케이>(NHK) 기자가 두 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 현재의 북한 상황에 대한 평가로서 안정화되고 있다는 시각과 아주 어렵다는 관측이 공존한다는 점에 대한 의견이었다. 문 이사장은 “구조적, 제도적 측면에서 안정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고 실제 정책 수행 성과라는 면에서는 아직 부족하지 않은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 2018년 광폭외교를 펼친 김정은 비서가 지금은 외교무대에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으로서 문 이사장은 “인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어떤 이득이 있다고 판단되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목란관에서 겪은 김정은 비서의 실용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언급했다.
이날 행사 동영상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누리집(홈페이지)과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이선재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사무국장
tr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