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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새해 첫날, 동부전선 철책 넘어 월북…‘별들의 무덤’된 22사단

등록 2022-01-02 14:37수정 2022-01-03 02:02

군, CCTV 잡히고 센서 울렸지만 경계 실패
월북 1명…북 ‘코로나 비상방역’ 안전 우려
2015년 8월 서부전선 휴전선 남쪽에서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2015년 8월 서부전선 휴전선 남쪽에서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새해 첫날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22사단 지역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당시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잡히고 경보가 울렸지만, 군은 이 사실을 몰랐다. 22사단 지역은 경계 실패와 초동조치 부실 등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어 군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국경을 봉쇄할 정도로 코로나19 방역을 엄격하게 하는 상황이라 월북자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일 “지난 1일 오후 9시20분께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해 신병 확보를 위해 병력을 투입해 비무장지대에서 작전을 하다 해당 인원이 오후 10시40분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사분계선에는 철책이 없고 남쪽 남방한계선 근처에 철책이 있다.

합참 관계자는 “이후 확인 과정에서 같은 날 오후 6시40분께 해당 인원이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철책에는 일정 무게를 넘는 하중이 가해졌을 때 경보가 울리는 센서와 폐회로텔레비전 등이 설치돼 있다. 이 관계자는 “(철책을 넘을 당시) 상황실 시시티브이에 포착됐는데 당시 시시티브이 감시병이 이를 인지 못했고 월북 이후 시시티브이 화면 재생 과정에서 철책을 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때 군 상황실의 경보는 정상적으로 울려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했지만, ‘철책 훼손이 없어 이상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

철책을 넘은 시각으로부터 약 3시간 뒤인 9시20분에야 군은 비무장지대에서 움직이는 월북자를 열상감시장비(TOD)로 발견했다. 티오디는 사람이나 물체가 내는 열을 감지해 영상으로 보여줘 빛이 없는 밤에도 물체 식별이 가능하다. 군은 이후 1시간20분 동안 비무장지대에서 월북자 신병 확보 작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지난 2014년 중부전선 한 부대에서 병사들이 CCTV로 전방을 감시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지난 2014년 중부전선 한 부대에서 병사들이 CCTV로 전방을 감시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애초 감시장비가 월북자를 포착했고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까지 했지만 이상 발생 자체를 몰랐고, 뒤늦게 신병확보 작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합참 관계자도 “초동조치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했다면 하는 미흡한 부분은 있었다”며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현장에 가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월북자의 신원과 생사는 알 수 없다. 군은 해당 부대 병력 인원 확인 결과, 이상이 없기 때문에 일단 월북자를 민간인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오늘 아침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경 봉쇄 수준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2년째 하고 있어 월북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020년 9월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게 피격 사망했을 때 북한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른 조처라고 주장한 바 있다. 2020년 7월 서해 강화도에서 탈북민이 월북해 개성으로 갔을 때도 북한은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월북했다며 방역태세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했다. 이날 오전까지 해당 지역 일대의 북한군 특이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전방 육지경계와 동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어 경계책임지역이 다른 사단의 3~4배 가량인데 병력은 다른 부대와 비슷하다. 이때문에 22사단 경계지역에는 논란이 된 월북·월남 사건이 잦다. 지난해 2월에는 북한 남성 1명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근처 동해에서 오리발을 차고 ‘헤엄 귀순’했고, 2012년 10월에는 월남한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이 일어났다. 2009년에는 22사단에서 전역한 민간인이 철책을 뚫고 월북했다. 지난 10여년간 각종 사건 사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문책당한 사단장이 임기를 채운 사단장보다 많아 ‘별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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