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1044번 등장
북한이 지난 11년 동안 신년 공동사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우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전 주석이 사망하기 전까지는 매년 신년사를 발표했으며, 95년부터는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보>에 신년 공동사설을 발표했다.
통일부가 최근 펴낸 월간 <북한동향>에 실린 ‘공동사설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95년부터 2005년까지 공동사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용어는 ‘우리’로, 모두 1044차례(평균 95회)였다. 특히 ‘우리’라는 단어는 95년 121회, 96년 119회, 97년 123회 등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특히 강조됐다. 이 연구를 담당한 김영수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15일 “위기상황에서 체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이란 단어도 모두 704차례 사용돼 2위를 차지했다. 99년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선군’이란 단어(143차례)까지 합치면 거의 ‘우리’의 빈도수에 이르고 있다. 북한 체제에서 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엿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군과 선군을 합치면 ‘우리’를 앞지르고 있어, 2002년의 ‘2차 핵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와 ‘군’에 이어 3위는 ‘혁명’(652차례), 4위는 ‘인민’(609차례), 5위는 ‘당’(498차례)이 차지했다. ‘인민’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특히 강조됐으며, ‘당’은 2005년 당 창건 60돌 등 의미있는 연도에는 늘어났지만, 대체로 ‘선군’의 등장 이후 줄어들었다. 이외에도 ‘농업’의 경우 95년부터 2004년까지는 0~4차례로 거의 언급이 없다가, 2005년 북한이 농업을 주공전선으로 삼으면서 14차례로 급증했다. 김영수 교수는 “단어 빈도수와 중요도가 정비례 관계에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특정 단어의 사용 추세 분석 등을 통해 의미있는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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