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5일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 사건과 관련해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점에 대해 군은 특별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22사단 지역에서 발생한 경계작전 실패는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현장 조사에서 드러난 경계 태세 및 조치, 경계시스템 운영의 문제를 해결하고 군 전반의 경계 태세에 대해 특별점검을 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군 당국은 이날 월북 사건과 관련해 경계 태세에 허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합참이 밝힌 ‘22사단 월북’ 중간 조사 결과를 보면, 육군 22사단의 일반전초(GOP) 감시카메라(CCTV)에 월북자가 지오피 철책을 넘은 장면이 5번이나 찍혔지만 감시병이 이를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월북자가 오후 6시36분께 철책을 넘을 때 철책에 부착된 광망(센서)에 압력이 가해져 경고등이 켜지고 경보음이 울렸고, 소대장 등 병력 6명이 출동했지만 별다른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철책 주변 쌓인 눈에 월북자의 발자국이 찍혀 있고, 철책 상단 철조망에 월북자의 외투에서 찢긴 것으로 보이는 흰색 깃털이 붙어 있었지만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 현장 부대가 경보음이 발생한 시간의 감시카메라 영상을 재생해 확인했지만,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차이가 나 월책하는 장면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버 저장 시간이 실제 시간과 4분가량 차이가 있어 월북자가 철책을 넘어간 시간의 영상을 못 보고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부대는 밤 9시17분이 되어서야 비무장지대(DMZ) 내 월북자를 열상감시장비(TOD)로 발견했지만, 지오피 대대장은 그를 귀순자로 판단해 수색팀을 투입해 기다렸다고 한다. 월북자는 20여분 뒤 북쪽으로 향했고 그제야 월북 차단 작전에 나섰지만, 그는 밤 10시49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갔다.
권혁철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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