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임식을 마친 통일정책의 산증인 이봉조(52) 통일부 차관은 그동안의 소회를 “한점 부끄럼없이 일만 했다”고 표현했다. 25년 3개월 동안 통일부에서 일한 그는 ‘일벌레’로 유명하다.
그가 통일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 서강대 정치학과 대학원생 때부터. 당시 통일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통일 운동 현장을 고수할 것인지, 정책 일선에서 자신의 소신을 펼치는 게 좋을지 고심을 거듭한 끝에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고 한다. 그가 통일부에 들어와 처음 맡은 일은 조사연구실에서 〈노동신문〉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똑같은 일을 6년 동안 반복하면서 그는 다음날 〈노동신문〉 사설 제목까지 알아맞추는 경지에 이를 정도로 자신의 업무에 정통했다.
이후 통일정책실 등으로 이름은 바뀌어왔지만 그는 줄곧 정책 분야에서만 한우물을 파왔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그를 두고 “통일부가 전략적으로 정책통으로 키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전 차관은 짐을 꾸리면서 호기심 삼아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이봉조’라는 단어를 쳐보았다고 전했다. 자신의 이름이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한 시기는 지난해 5월 차관급 회담 때였다고 한다. 그는 이때 사흘간에 걸친 북쪽과의 마라톤 회의 끝에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 ‘장관급 회담 개최’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발탁 인사’에 걸맞는 일을 해낸 셈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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