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로 파악됐다. 사진은 북한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전술유도탄이 발사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7일 오전 단거리 탄도미사일(추정) 2발을 쏘았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밝혔다. 올해 북한은 탄도미사일 5번, 순항미사일 1번을 합쳐 모두 여섯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추가적인 상황 악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참은 “이날 오전 8시께와 8시5분께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의 발사체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체 비행 거리는 약 190㎞, 고도는 20㎞가량으로 탐지됐다. 군 관계자는 “일반적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속도로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이날 발사 간격이 5분 안팎이어서 북한군이 연발 발사 능력과 정확도를 검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 당국은 이날 미사일 표적을 함경북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의 무인도(알섬)로 추정했다. 북한은 지난 14·1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때도 알섬이 표적이었다.
이날 발사체들의 비행거리가 이전 발사 때와 견줘 상대적으로 짧고 고도가 낮다는 점에서 300㎜ 대구경 방사포(KN-09)나 600㎜ 초대형 방사포(KN-25) 사격훈련을 했을 가능성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이날 “사거리가 긴 미사일을 줄여서 쏠 수가 있기 때문에 아직 발사체 종류를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발사를 통해 대내 결속력과 국방력 강화 방침 등 자체 필요에 따른 미사일 능력 증강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특히 북한이 2018년 4월 이래 지켜온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가능성을 지난 19일 시사한 이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란 점도 눈에 띈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NYT) 보도를 인용해 “중국은 (2월4일 개막하는) 베이징올림픽에 집중하고 한국은 대통령선거 정국이고 미국은 우크라이나 등 상황에 집중하는 시점에 (북한이) 자신의 존재감, 의도를 나타내기 위해 발사한다고 (이 신문이) 분석한다”고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의도를 설명했다.
미국은 기존 태도를 유지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면서도 외교적 해결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대화 호응을 촉구하는 이전과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미국에 즉각 위협이 되는 중장거리 미사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면서 한국의 고민은 커졌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해,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우리와 국제사회의 요구에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여망에 부응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조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하고, 한반도에서 추가적인 상황 악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연일 계속되는 북한 도발은 결국 남한 선거에 개입하기 위함”이라며 “그릇된 판단과 결정에 따른 모든 책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주장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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