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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정찰위성 개발 또 중요시험”…‘핵·ICBM 모라토리엄’ 파기 우려

등록 2022-03-06 09:23수정 2022-03-06 15:39

5일 국가우주개발국·국방과학원 진행
2월27일 이어 “정찰위성 개발 시험”
김정은 강조 ‘군사정찰위성’ 개발 일환 추정
김정은 참관 여부 밝히지 않아
“(북한)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5일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6일 <노동신문>이 3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노동신문이 “정찰위성에 장착한 촬영기들로 지상 특정지역에 대한 수직 및 경사 촬영을 진행했다”며 공개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번엔 사진을 싣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5일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6일 <노동신문>이 3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노동신문이 “정찰위성에 장착한 촬영기들로 지상 특정지역에 대한 수직 및 경사 촬영을 진행했다”며 공개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번엔 사진을 싣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5일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6일 <노동신문>이 3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지난달 27일에 이어 5일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정찰위성 개발’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가까운 시일 내 군사정찰위성 운용”을 “최중대(가장 중요한) 연구사업”으로 제시했다.

노동신문은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른 중요시험”에 누가 현장 참관했는지 밝히지 않았고,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내용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신문 보도문은 두 문장, 107자(본문 기준)로 아주 짧다. 지난 달과 달리 이번엔 관련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의 “정착위성 개발”을 앞세운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는, 2018년 이후 한반도 정세 안정의 한 축 구실을 해온 북한의 ‘모라토리엄(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의 봉인’이 4년 3개월여 만에 뜯길 위기에 처했음을 뜻한다. 나라 안팎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김일성 주석 110회 생일인 오는 4월15일 ‘태양절’을 계기로 위성 발사 형식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해왔다.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1월19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8기6차 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며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18년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 7기3차 전원회의에서 “핵무기 병기화 완결”을 명분으로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됐”다고 밝혔고, 그해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약속했다. 실제 김정은 총비서는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뒤론 지금껏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적이 없다.

앞서 노동신문은 1월30일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 뒤 “국방과학원이 미사일전투부에 설치된 촬영기로 우주에서 찍은 지구화상자료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직접 주재(1월30일)해 “2017년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이라며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짚었다.

위성발사용 장거리 로켓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기반 기술이 사실상 같아, 군사적 측면의 전략적 의미가 같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했다.(결의 1874호, 2009년 6월12일)

노동신문은 6일 이번 “시험을 통해 국가우주개발국은 위성자료 송수신 및 조종지령 체계와 여러가지 지상위성 관제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엔 “(27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을 통해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로 지상 특정 지역에 대한 수직 및 경사 촬영을 진행해 고분해능촬영체계와 자료전송체계, 자세조종장치들의 특성 및 동작 정확성을 확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5일 “오전 8시 48분께 북한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이동식발사차량 (TEL)을 이용해 )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 포착 ”(비행거리 약 270 ㎞ , 고도 약 560㎞)했다고, 지난달 27일엔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비행거리 300km, 고도 620㎞)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5일 “북한이 반복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전의 “깊은 우려와 엄중한 유감”에서 “규탄”으로 대응 표현 수위가 높아졌다.

5일은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나흘 앞둔 날이자 사전투표 이틀째일뿐만 아니라, 중국의 중요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베이징겨울패럴림픽 이틀째이고, 탈냉전 이후 지구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열흘째 되는 날이다.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을 앞세운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는 복잡한 주변 정세에도 자기 계획대로 움직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5일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베이징 동계패럴림픽과 국내 대선 일정이 진행되는 등 매우 엄중한 시기”라며 “북한이 추가적인 긴장 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배경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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