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누리집 갈무리. 연합뉴스
북한이 16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쐈으나 발사 직후에 공중 폭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16일 오전 9시30분께 평양 근처 순안 일대에서 발사체를 쏘았으나, 발사 직후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올해 열번째다. 군 관계자는 “발사 초기 단계에서 어느 정도 고도까지 이르지 못하고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발사체 제원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사체가 발사 직후 상승하다가 고도 20㎞ 이하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인지 순항미사일인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탐지된 제원만으론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체를 쏜 장소는 최근 두차례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이용해 신형 대륙간탄도탄인 화성-17형 성능시험 발사를 했던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다. 군당국은 북한이 이번에도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는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 15일 순안비행장 일대 민간위성사진을 인용해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이동식발사차량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의 미사일을 쏠 때 발사대가 부서지거나 미사일 궤도가 틀어지는 것을 막는 데 쓰인다.
지난 13일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가 임박했다. 한·미가 대응전략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이 다시 대륙간탄도탄을 쏠 경우 한·미 당국은 태평양 괌의 미 공군기지에 있는 전략폭격기들을 한반도로 출격시키고 한국군은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는 등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인도태평양함대는 지난 15일 필리핀해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에서 F-35C 전투기가 이륙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인도태평양함대는 이 전투기가 서해까지 장거리 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같은 날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엇 포대 훈련 사실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앞서 한·미 군당국은 지난 2월27일과 3월5일 북한이 평양 근처 순안비행장에서 두차례 쏜 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사거리가 짧은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평가했으나, 이후 정밀분석을 거쳐 북한이 화성-17형 동체를 이용해 성능시험을 한 것으로 다시 평가했다. 북한은 두차례 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이라고 주장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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