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8일 강원 철원 백마고지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장병이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를 찾고 있다. 국방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로 한때 연기가 검토됐던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 일대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이 재개됐다.
국방부는 11일부터 재개된 유해발굴 작업에 지난해처럼 제5보병사단,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특수기동지원여단, 제6공병여단 장병들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유해발굴 작업은 땅이 얼어붙는 겨울에 작업을 일시 중단했다가 땅이 녹는 봄에 재개한다.
올들어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쏘면서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자 국방부는 백마고지 일대의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을 일정 기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발굴 재개하는 때가 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과 전반기 한미연합훈련 기간과 맞물려 군사적 긴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병 안전을 고려해 유해 발굴작업 연기를 검토했으나 직접적으로 백마고지 유해발굴과 관련된 안전 문제는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백마고지를 포함한 올해의 유해발굴 작업 재개 관련 내용을 북한에 통보했다. 정전협정 관리 주체인 유엔군사령부와도 올해 비무장지대 유해발굴 추진과 관련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비무장지대 유해발굴은 2018년 9·19 군사합의를 계기로 2019년 시작했다. 애초 남북은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공동 유해발굴 작업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나빠져 한국 단독으로 발굴을 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해 9월 백마고지 개토식을 시작으로 유해발굴을 본격화해 이 일대에서 총 22구의 유해를 수습해 국군 전사자 2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국방부는 “백마고지는 6·25전쟁 기간 가장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인 만큼 올해에도 많은 유해를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70주년을 맞는 백마고지 전투는 1952년 10월 국군 제9사단과 중공군이 열흘 동안 12차례 격전을 치른, 대표적인 고지전이었다. 당시 남북은 한반도 남북을 오르내리며 전쟁을 벌이다 1951년 7월10일부터 1953년 7월27일까지 2년여간 휴전회담을 하는 동안 전선은 현재 군사분계선 근처에 교착됐다. 이 기간 한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중·동부전선에서 치열한 고지 쟁탈전이 벌어졌다. 한국전쟁 군인 사상자 중 다수는 고지전에서 희생됐다.
올해 백마고지 유해발굴 출정식은 이날 오전 김흥준 5사단장 주관으로 백마고지 조망대에서 열렸다. 김흥준 사단장은 기념사에서 “최후의 순간까지 백마고지를 목숨 걸고 사수했던 호국영령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 품으로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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