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미 정상이 지난 21일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을 확대하고 미국의 확장억제를 구체화해나가기로 했다. 확장억제란 동맹국에 가해지는 핵 위협을 핵을 비롯한 미국의 방어력으로 막아주는 개념이다. 높아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미국의 ‘핵우산’ 실행력을 키우겠다고 정상들의 입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하여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국가안보실은 △한미 연합연습 정상화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 의지 재확인 △우주 및 사이버 등 포괄적 분야에서 안보협력 강화를 꼽았다.
‘한미 연합연습 정상화’는 2019년 이후 한미가 중단한 대규모 병력·장비가 참여하는 야외기동훈련을 빠르면 오는 8월부터 재개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여기고, 이것의 중단을 대미·대남관계 재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 의지 재확인’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우주·사이버 안보협력 강화’는 해킹 등 북한의 다양한 사이버 위협에도 한미가 함께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핵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훈련도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지 않느냐는 논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말부터 한미는 기존 ‘작전계획 2015’를 ‘작전계획 2022’(가칭)로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핵 공격 대비 연합훈련은 내년 초에 완성될 새 작전계획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라고 연합연습 확대 범위를 명기했다. 동·서·남해로 연합연습의 범위가 넓어지면 일본 자위대까지 참여하는 한미일 군사훈련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공동성명은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09년 이후 해마다 양국 국방장관은 “미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및 미사일방어 능력”이 확장억제전력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 내용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국가안보실은 “정상 차원에서 처음으로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포함 모든 방어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구체적으로 공약했다”며 “대북 억제 메시지와 및 대국민 안심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 연합뉴스
확장억제 방안으로, 양국 정상은 한미간 조율을 통한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를 재확인했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폭격기 같은 미국 전략자산을 필요시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북한에 핵 억제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두 정상은 또 “가장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의체에서 구체적인 확장억제 실행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협의체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2월 출범한 양국 외교·국방차관급 채널인데, 2018년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대화국면으로 바뀌면서 중단됐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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