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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모연대’를 아시나요…간도 일본 순사 사살한 새벽 총격전

등록 2022-06-08 14:38수정 2022-06-08 17:53

일제강점기 만주서 군자금 모은
‘국민부 모연대’ 자료 공개
독립유공자·운동사 밝힐 사료
<중외일보> 1930년 2월24일치에 실린 장한성 선생 사진(왼쪽)과 일제 경찰 쓰보이 미요지 사살을 보도한 <동아일보> 1929년 12월7일치. 국가보훈처 제공
<중외일보> 1930년 2월24일치에 실린 장한성 선생 사진(왼쪽)과 일제 경찰 쓰보이 미요지 사살을 보도한 <동아일보> 1929년 12월7일치. 국가보훈처 제공

1929년 11월30일 새벽 만주, 일본 간도총영사관 경찰서가 꾸린 추격대가 국민부 모연대(模捐隊)의 부대장 장한성의 거처와 동지들의 집을 수색했다. 모연대는 1930년대 남만주 지역의 최대 민족주의 계열 독립군 정부인 국민부가 군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북간도로 파견한 단체다. 간도총영사관 경찰서는 모연대 체포를 위해 지휘관 쓰보이 미요지를 중심으로 진입부대, 포위부대로 구성된 총 19명의 추격대를 편성했다.

그날 새벽 쓰보이 미요지가 이끄는 추격대는 장한성 대장이 평소 자주 찾는 요리점으로 이동하다 장 대장과 만났다. 총격전이 벌어졌고 장 대장이 쏜 모제르 권총 두 발이 쓰보이의 무릎과 이마를 명중했다. 쓰보이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쓰보이는 1928년 간도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 70여명을 체포해 독립군들 사이에서 악명을 떨치던 일본 경찰이었다. 일본 경찰들이 총을 쏘며 장 대장을 추격했지만 체포는 실패했다.

장 대장의 쓰보이 사살 사건은 일제와 한국인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이 <동아일보> 1929년 12월7일치에 보도됐고, 그의 신병 인도를 둘러싼 문제는 중국과 일본 사이 간도 지역 내 한국인 관할권에 대한 외교 쟁점으로 부각했다. 1930년 2월, 일제의 강력한 항의로 장 대장은 결국 중국 치안당국에 체포되었고 이듬해 3월 중국 길림에서 옥중 순국했다. 장 대장은 1997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국가보훈처는 일본북간도총영사관 경찰서가 작성한 11쪽짜리 국민부 모연대 수사경과 보고서를 일본 외무성 외교사료관에서 지난 4월 발굴해 8일 공개했다. 수사경과 보고서에는 체포 작전뿐 아니라 추격대와 모연대원 사이 긴박한 대치상황도 시간대별로 생생하게 기록됐다. 또 보고서에는 일본 경찰이 파악한 모연대의 조직체계, 군자금 모집 방법, 모연대원의 인적 사항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군자금 모집 상황표’에는 모연대가 다녀간 지역, 방문 횟수 및 인원, 납부명령 금액 및 실제 모집액 등이 자세하게 담겨 있다.

일제 간도총영사관 경찰서가 별도 추격대를 편성하여 검거하려 했던 모연대원 등의 명단이다. 이름, 나이뿐 아니라 “눈이 둥글고 중간 정도 몸집”, “서양풍이 강한 인텔리에 조선 의복 착용”과 같은 외모적 특징, “사격에 능함”과 같은 재능도 간략하게 적어놓은 점이 주목할만하다. 국가보훈처 제공
일제 간도총영사관 경찰서가 별도 추격대를 편성하여 검거하려 했던 모연대원 등의 명단이다. 이름, 나이뿐 아니라 “눈이 둥글고 중간 정도 몸집”, “서양풍이 강한 인텔리에 조선 의복 착용”과 같은 외모적 특징, “사격에 능함”과 같은 재능도 간략하게 적어놓은 점이 주목할만하다. 국가보훈처 제공

일제의 삼엄한 감시에도 당시 남만주 일대에서 무장투쟁을 수행한 국민부는 1929년 5월에 북간도에서 친일 부호 등을 대상으로 군자금을 모집할 별동대로 모연대를 조직했다. 모연대가 마련한 군자금은 국민부의 군대인 조선혁명대의 무기 구매와 의식주 해결 등 군수보급 비용으로 쓰였다. 1929년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장한성이 이끄는 국민부 모연대는 총 22차례에 걸쳐 4156원(현재 화폐가치로 5400만원)을 모집했다고 일제 경찰은 기록했다.

보훈처는 이 내용이 일경이 신고 등을 통해 파악한 내용을 기초로 작성된 것으로, 자발적으로 군자금을 낸 경우와 신고하지 않은 경우 등을 포함하면 군자금 모집액은 훨씬 컸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훈처는 “일제강점기 북간도지역에서 독립운동 군자금을 모집한 단체의 활약상을 파악할 수 있는 문서가 처음 공개된 것”이라며 “독립유공자로 포상하지 않은 인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독립유공자 발굴은 물론 독립운동사 연구에도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이 자료가 치열했던 만주 독립운동의 실상을 제대로 밝혀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채영국 전 독립기념관 책임연구위원은 “남만주를 무대로 활동한 대표적 독립운동 단체인 국민부의 무장활동이 북간도에서 끊이지 않고 전개되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료”라고 말했다.

장세윤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보훈처가 수집한 문서는 장한성 선생의 쓰보이 사살 사건 직후에 작성된 가공되지 않은 원문”이라며 “국민부 모연대장으로 활동한 장 선생의 치열한 전투, 그가 속했던 국민부 모연대의 활동 등은 새롭게 연구되고 재평가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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