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장관(오른쪽)이 11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대신과 3국 국방장관회담을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이종섭 국방부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대신은 11일 싱가포르에서 3국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북한 정세, 3자 안보협력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안보 도전 대응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담에서 3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사일 경보훈련을 공개적으로 재개하고 탄도미사일 탐지·추적훈련을 하기로 했다.
3국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달성한다는 3국 공동의 노력을 위해 한-미-일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전면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들은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 억제·방지와 궁극적인 근절을 목표로 하는 지속적인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국 장관은 북한이 모든 관련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국제적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국제사회 공통의 목표라는 점에도 공감했다.
3국 장관은 국제평화와 안정을 심각히 위협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우려를 공유했으며, 조율된 3자 협력을 통해 이러한 우려들을 다뤄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훈련을 시행하고, 3국이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조처를 식별하여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층 더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일 미사일 경보 훈련은 3국 이지스 구축함들이 해상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가상 모의 표적을 탐지·추적해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은 2016년 6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쏜 뒤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처음 실시한 이후 분기별로 정례화됐다. 2018년부터는 남-북-미 화해 분위기를 고려해 훈련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로키'방식으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해군은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해상합동훈련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림팩)에 참가할 때 한-미-일이 탄도탄 추적 및 정보교환 능력을 확인하는 ‘퍼시픽 드래곤' 훈련을 해왔다.
이날 3국 장관은 미사일경보훈련 등 기존 훈련을 공개적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3국 훈련이 강화되면 ‘한·미·일 안보협력'의 핵심 연결고리로 꼽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를 하자 문재인 정부는 2019년 8월 이 협정 종료 선언을 했다가 2019년 11월 종료를 ‘조건부 유예'한 바 있다.
이종섭 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서로 공감했다. 협력 의지를 서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포괄적 수준에서 논의했다”며 “미사일 경보훈련이나 탄도탄 추적·감시(훈련)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한-미-일 병력이 모여 벌이는 실기동 군사훈련에 관해서는 “한-미 군사훈련과 한-미-일 군사훈련은 다르다.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3국 장관은 북한의 거듭된 불법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했으며, 북한의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다수의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임을 확인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또 역내 국가 간 국방 관련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공감하며, 이러한 노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담 결과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3국 장관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증진을 위한 핵심 현안에 대해 정보공유,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을 포함하여 3국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현 상태를 변경하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일방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함을 표명했다. 3국 장관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국 장관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고, 항해와 비행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3국 장관은 모든 분쟁이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런 내용은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한다”고 밝혀 대만 문제가 양국 정상회담에서 사상 최초로 언급된 데 이어 지난해 11월 한-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도 같은 문장이 들어갔다. 지난해 대만 문제 한-미 언급에 견주면 이날 3국 장관 회담에서는 더 많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왼쪽)이 11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 (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3국 국방장관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한-미 국방장관은 양국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대북정책 공조 및 확장억제 △연합준비태세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협력에 관해 논의했다. 이 회담에서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지속 제공할 것임을 강조했다.
두 장관은 굳건한 억지 및 상시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으며, 군사당국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조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종섭 장관은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 개최, 미 전략자산의 조율되고 적시적인 전개 등을 위한 양쪽의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두 장관은 연합연습 및 훈련과 더불어, 주한미군 훈련시설에 대한 안정되고 자유로운 접근이 상시전투 준비를 갖춘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핵심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이는 2017년 이후 가배치 상태인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정상화하겠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