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취재진의 질문에 나란히 웃음짓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6월 말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윤 대통령의 참석 의미를 “나토 동맹 30개국 및 파트너국과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연대 강화”로 설명했다. 이것이 반중·반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논리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나토 확대 정상회의를 주도해온 미국의 의중은 무엇일까? ‘아시아의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자신의 직책이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유럽의 파트너들과 연쇄 회동을 했다. 그러곤 5월9일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의 대담에서 ‘유럽이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에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동참하기를 꺼렸지만, 최근 들어서는 “매우 생산적이고 전문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9일 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캠벨의 언행에 담긴 의미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유럽과 인도·태평양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전략을 통합·연결하는 것”이야말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의 두드러진 특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5월 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대중 정책에 관한 연설에서 어느 나라들을 겨냥한 것인지도 분명히 밝혔다. 러시아는 “명백하고도 현재적인 위협”이고 중국은 “국제 질서에 가장 심각한 장기적인 위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이번 나토 회의의 목표는 미국 주도의 ‘대서양-태평양 동맹 네트워크 구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초청 대상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인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뉴질랜드 정상들이 포함되었고 나토의 새로운 전략 개념에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도전”에 대한 대응도 담길 예정이다. 이를 두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행사가 “전환기적 정상회의”(transformative summit)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과 나토는 반러·반중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확대 정상회의를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 자리에 초청받은 윤석열 정부는 반러·반중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윤 대통령은 ‘가치 연대 강화’와 ‘대북정책에 대한 나토의 지지 확보’를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단층선과 지경학적 교차로에 있는 한국은 그 너머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대서양-태평양 동맹 네트워크의 등장은 유라시아의 거대한 두 나라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신생 핵보유국 북한의 결속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 결과는 아시아 신냉전의 격화가 될 것이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wooksi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