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에 핵폭탄을 떨어뜨린 미군 폭격기 B-29 ‘에놀라 게이’. 이 비행기를 지원하는 지상 레이더 운용 부대에서 근무한 마이클 로치 아버지가 생전에 보관해온 미공개 사진이다. ‘에놀라 게이’의 조종석 오른쪽 외벽에 “첫 핵폭탄-히로시마-1945년 8월6일”이라 적혀 있다. 사진 제공 마이클 로치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떨어뜨린 미군 폭격기 B-29 ‘에놀라 게이’의 동체에 “첫 핵폭탄-히로시마-1945년 8월6일”이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이 처음 공개됐다. 이제까지 공개된 ‘에놀라 게이’ 사진에서는 볼 수 없던 문구다.
1968~1969년 주한미군 전술핵 운용 부대에서 근무한 마이클 로치는 6일 미국 노틸러스연구소(소장 피터 헤이즈)의 누리집에 실린 “한 가족의 핵전쟁의 갈림길”이라는 자전적 글에서 아버지가 생전 보관해온 이 사진을 처음 공개했다. 사진은 한국의 아시아태평양리더십네트워크(APLN)와 일본 나가사키대학교 핵무기폐기연구센터(RECNA)이 함께 공개한 이 글에 첨부되어 있다. 해당 글은 히로시마 핵폭탄 투하(1945년 8월6일) 77주기에 맞춰 공개됐다.
로치의 아버지는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떨어뜨린 미군 폭격기 B-29 ‘에놀라 게이’를 지원하는 지상 레이더 운용 부대에서 근무했다. 이 사진에는 ‘에놀라 게이’의 조종석 오른쪽 외벽에 “첫 핵폭탄-히로시마-1945년 8월6일”이라 적혀 있다. 로치는 자신의 아버지는 생전에 전쟁을 끝낸 히로시마 핵폭탄 투여에 “작은 기여를 한 공로를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진을 아버지가 찍은 것인지, 군에서 홍보용으로 나눠준 것인지는 불명확하다”라고 밝혔다.
로치는 1960년대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북한군의 남하를 막으려고 미군이 모든 한강 다리를 전술핵무기로 파괴할 작전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는 증언도 새롭게 내놨다. 로치는 “1960년대 (주한)미군은 전술핵무기를 활용한 방어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핵심 목적은 북한·중국·소련군 기갑부대의 남하를 2주 정도 늦추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속한 핵파괴탄 운용 소대는 “(미국) 대통령부터 태평양사령관, 1군단장, 제36공병단, 제11공병대대, 우리 ‘B’중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ADM 소대로 이어지는 긴 지휘 계통의 마지막 연결고리였다”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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