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것을 북한 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것을 북한 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쪽은 이런 제안을 담은 통지문을 받지 않았다.
권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밝히며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쪽의 희망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한달에만 이산가족 400여분이 세상을 떠나고, 남아계신 4만여분도 80~90대의 고령”이라며 “추석을 계기로 가장 절실한 문제라 생각해서 담화를 하고 제안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말 기준 ‘이산가족찾기 신청자’ 13만3654명 가운데 생존자는 4만3746명(평균 연령 82.4살)이고 8만9908명은 이미 숨졌다. 남북 이산가족 대면 상봉행사는 2018년 8월20~26일(금강산, 21차 상봉행사) 이후 4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내년 이산가족 교류 지원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22억300만원 적은 180억27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횟수도 4회에서 3회로 줄여 잡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통일부가 북쪽에 당국 회담을 공개 제의한 건, 지난 5월16일 ‘코로나 방역 협력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 제의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북쪽은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안을 담은 통일부의 대북 통지문을 받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5시 남북연락사무소 사이에 진행한 마감 통화 때까지 여러차례 통지문 전달을 시도했지만 북쪽이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통화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통지문은 권영세 장관 명의로 되어 있고, 수신인은 리선권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이다. 앞서 북쪽은 비핵화 협상에 응하면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관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지난달 19일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비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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