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양국 해군 함정들이 29일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앞쪽은 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항해 모습. 해군 제공
해군은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미국·일본과 함께 대잠전(적 잠수함 발견·격파)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해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훈련은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능력 고도화 등 점증하는 북한 잠수함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에는 한국 해군의 한국형구축함 문무대왕함과 미국 해군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순양함 챈슬러스빌함, 이지스 구축함 배리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구축함 아사히함이 참가한다. 훈련은 각국 참가 군함 등이 잠수함을 탐색·식별·추적하면서, 관련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미·일이 공해에서 해상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2017년 4월3일 이후 5년여 만이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훈련이 독도에서 불과 150㎞여 떨어진 바다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개입 허용하느냐’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어 “이번 훈련은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미·일 군사협력을 2017년 이전 수준으로 복원해 나가겠다는 국방부 조치의 일환이며,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능력을 갖춘 북한 잠수함에 대한 탐색·식별과 추적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왜 독도 근처에서 훈련하느냐’는 비판에 대해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위협과 잠수함의 주요 활동 예상해역을 고려하여 동해상의 공해구역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은 북한 잠수함이 동해를 빠져나와 태평양으로 진입해, 자국 본토 및 자국령에 최대한 근접한 뒤 에스엘비엠을 발사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며 “이 때문에 한·미·일이 동해에서 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이번 훈련의 핵심은 한·미·일이 함께 대중국 압박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의 오랜 숙원사업이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군사협력을 2017년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겠다는 국방부의 발상을 두고 ‘국민 정서를 무시한 일방적 대일 양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문제 등 한-일관계 현안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고, 일본은 태도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까지 부리는 나라가 아니냐”며 “그런 나라와, 그것도 독도가 있는 동해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에 대해 여론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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