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동해 공해상 한·미·일 미사일방어훈련 모습. 미국 국방부 제공
최근 동해 공해에서 벌어진 한·미·일 해군 훈련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극단적 친일국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자, 대통령실은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 한·미·일 국방장관들이 약속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주장처럼 한·미·일 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도 했지만, 지금처럼 독도에서 180㎞ 떨어진 바다에서 2주 연속으로 한 적은 없다. 또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일본 자위대 함정이 한데 모여 전투 목적의 훈련을 한 적도 없다.
한-일 군사협력은 1980년대까지는 두 나라 군 인사들이 오가고 부대 교류 행사를 정례화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양국은 1999년 이후 동해와 한·일 중간수역에서 한-일 수색구조훈련(SAREX)을 격년제로 했다. 이 훈련은 조난 선박 발생 시 한국 해군과 일본 자위대 간의 공동 대처 능력을 키우는 인도적 목적으로, 비군사적 훈련이다. 이 훈련은 양국 관계 악화로 2017년 12월 이후 중단됐다.
2016년 4·9월 북한의 4·5차 핵실험 이후 한-일 군사협력에 속도가 붙었다. 2016년 6월 하와이 근처에서 한·미·일 미사일 탐지 추적 훈련을 처음 했다. 3국 간 첫 미사일 경보 훈련이었다. 그해 10월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일 미사일 탐지 추적 훈련 정례화에 합의했다. 이 훈련은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인 2016년 11월, 2017년 1·3·10·12월에 실시됐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자, 그해 10월 한·미·일 국방장관은 “북한 미사일 경보 훈련과 대잠수함전(대잠전) 훈련을 지속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 한·미·일 국방장관들이 약속한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가 실시한 한·미·일 훈련들은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때와도 많이 다르다. 3국 미사일 탐지 추적 훈련을 보면, 2017년 10월 훈련까지 한국 해군 함정은 우리 동해상에서, 미국과 일본 함정 각 1척은 일본 근해에서 각각 북한 미사일을 탐지·추적해 정보를 공유했다. 2017년 12월은 한국 해군은 우리 동해상, 미국과 일본 함정 각 1척은 일본 근해에서 각각 북한 미사일을 탐지·추적했고, 미국 이지스함 1척은 미 본토 인근 태평양 해상에서 훈련에 참가했다. 당시는 한·미·일 해군 함정 등이 지금처럼 한곳에 모이지 않고 멀리 떨어진 자국 근처 바다에서 각자 미사일 표적을 탐지 추적해 정보를 공유했다. 특히 독도가 있어 예민한 동해에선 훈련을 하지 않았다.
잠수함을 추적·파괴하는 대잠전 훈련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7년 4월 제주 남방 한·일 중간수역에서 첫 한·미·일 대잠전 훈련이 있었다. 당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때였지만 독도가 있는 동해에서는 3국 대잠전 훈련을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인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3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미·일 미사일 경보 훈련과 미사일 탐지 추적 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근거로 지난 9월30일 한·미·일이 동해 공해상에서 사상 최초로 대잠전 훈련을 했다. 지난 6일에는 한·미·일이 동해 공해상에서 미사일 방어 훈련도 했다. 2주 연속 동해상 한·미·일 훈련은 처음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