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중앙군사위원장은 12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하며 “적들에게 또다시 보내는 명명백백한 경고”라고 말했다고 1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2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중앙군사위원장의 현지 지도 아래 전술핵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했다. 지난 9월25일~10월9일 사이,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전투기 등을 동원한 집중 ‘핵무력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핵 시위’로 긴장 수위를 더욱 끌어올린 것이다.
김 총비서가 지난 12일 조선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에 작전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에 발사된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은 조선 서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1만234초(2시간50분34초)를 비행해 2000㎞ 계선의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 2000㎞ 안이라면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과 대만까지도 사정권에 두게 된다. 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오늘 울린 미사일 폭음은 적들에게 또다시 보내는 우리의 명명백백한 경고”라며 “핵전략무력 운용 공간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부는 전날 새벽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순항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탐지했으나,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언론에 공개하지 않다가 이날 오전 이 사실을 뒤늦게 공지했다.
북한이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를 공개한 것은 지난 1월25일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북한이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공개하며, ‘전술핵운용부대에 작전배치’됐다고 명시한 것을 두고, 전술핵을 투발할 수 있는 수단이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순항미사일도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려 탐지 시 충분히 요격할 수 있기 때문에 3축 체계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중앙군사위원장은 12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하며 “적들에게 또다시 보내는 명명백백한 경고”라고 말했다고 1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한국 육군이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강원 강릉에서 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 2발 중 1발이 비행 도중 추적신호가 끊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지난 5일 새벽) 한·미가 동해로 대응사격한 (미사일) 4발이 정상적으로 발사가 이루어졌고, 그중 1발이 충분한 비행거리를 비행하다 추적 장비에서 소실됐다”며 “1발이 해상에 설정된 표적 구역에 탄착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한·미가 각각 2발씩 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준락 실장은 당시 에이태큼스 추적 실패를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표적에 탄착하는데 중점을 둔 시험 발사가 아니라 (그날 발사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사격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측면에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에이태큼스 발사 전에는 현무-2시(C) 탄도미사일이 비정상 비행 뒤 떨어졌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