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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 ‘킬 체인’에 북 ‘법대로’ 핵 쓸 수도…위기감 치솟는 한반도

등록 2022-10-15 07:00수정 2022-10-15 09:00

한반도 위기가 ‘강 대 강’ 대결로 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새벽 한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 탑재 모의 훈련의 하나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지난 10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EPA 연합뉴스
한반도 위기가 ‘강 대 강’ 대결로 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새벽 한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 탑재 모의 훈련의 하나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지난 10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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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핵위기 빗장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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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대륙 반대편에서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말,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주민투표를 통하여 정식 영토로 편입시켰다. 이제 러시아한테 이 지역에 대한 외부의 공격은 ‘논리적으로’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이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영토를 지킬 것”이라 하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만일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한다면 이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든 그 유탄이 한반도로 날아들 가능성이 있다. 암묵적 합의로 유지되어왔던 핵무기 불사용의 빗장이 풀리기 때문이다.

한·미·일 연합훈련과 북한의 강경 대응

이와 때를 같이해서 최근 한반도에서는 핵전쟁의 위험성이 부쩍 많이 거론되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서 2022년에 나타난 중요한 변화는 핵전쟁 위험성의 증가라 할 수 있다. 지난 1월 말, 북한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남한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고 그동안 유지해왔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 시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기간)의 폐기 검토를 지시했다. 북한은 올해 3월24일과 5월4일에 아이시비엠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행에 옮겼으며 한·미·일 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추가 핵시험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다소 늦추어졌던 ‘3축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탐지하여 선제타격으로 이를 무력화하는 킬 체인(kill chain), 미사일 방어,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한 참수작전이 포함된 대량 보복 등 일련의 군사조치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미 연합훈련도 ‘을지 자유의 방패’(UFS)라는 새 이름을 달고 규모와 횟수를 늘려 ‘정상화’했다. 연합훈련은 북한 지역에 대한 반격, 수복, 군정 실시까지 포함된 작전계획의 실행 연습이다. 북한이 극단적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이 끝난 지난달 2일, 미국의 항공모함이 9월 말 동해에서 연합해군훈련을 실시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던 소위 미군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것이다.

북한은 9월8일 최고인민회의 중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했다. 법령에 따르면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할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핵 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 구체적으로 제시된 핵무기 사용 조건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되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 지도부와 국가 핵무력 지휘 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 공격이 감행되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5가지다.

9월26일부터 나흘간 미국의 핵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이끄는 강습전단이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9월30일에는 일본 자위대의 준(準)이지스급 구축함 한척이 ‘버젓이’ 참여한 가운데 대잠수함전 훈련도 진행되었다. 비록 공해상이지만 동해라는 장소의 의미는 중대한 것이고 좁은 해역에서 전개된 전력의 밀도로 보면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하는 위협적인 면이 있다.

한편 북한은 한·미·일 항모전단 연합훈련에 맞대응하여 9월25일부터 10월9일까지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실시했고 10월10일 다수의 사진과 함께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10월12일에는 추가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훈련 중 북한은 비행거리 4500㎞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하여 7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북한군 역사상 처음으로 내륙 지역에서 전투기 150대가 동시에 출격하는 훈련을 벌였다.

특이한 것은 9월25일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은 한·미 정보 판단과 달리 저수지에서 발사된 것으로서 전략핵잠수함을 완성하기 전 먼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성능을 검증한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모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한 군사력 시위라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훈련을 직접 지도하면서 “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핵전투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해야 한다, 상응한 군사적 대응조치를 강력히 실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지난 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늠할 수 없는 핵전쟁 위험성

어떤 위험의 진단과 대응은 그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과 발생 시 피해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핵전쟁 발발 가능성은 소위 상승(escalation)과 ‘결단력의 경쟁’(competition in resolve)이라는 사전 상황 악화 과정을 통해 증가한다. 만일 이러한 과정에서 남북한 또는 북-미 간에 핵위협을 교환하고 대북 선제타격이 실행되면 북한은 ‘법에 따라’ 핵공격을 감행할 것이고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발한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티엔티(TNT) 1만5000t의 폭발력에 상당하는 15kt ‘전술’ 핵무기가 폭발하면 폭풍과 열이 폭발 원점으로부터 반경 1㎞ 내의 인명과 구조물을 즉각 완전히 파괴하며 지형과 구조물의 견고성에 따라 수㎞ 내에서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상공 수십~수백㎞에서 폭발하더라도 발생하는 전자기펄스(EMP)의 지향성에 따라 인명 살상과 함께 전력 송배전 체계와 전자장비를 무력화할 수 있다. 방사능 낙진과 핵발전소 폭파 시의 오염 확산 문제도 심각하다. 요컨대 초기 핵공격을 교환하면 전 사회가 마비되고 이후 정상적 군사작전과 국가 운영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전쟁 중 핵폭발 피해의 역사적 사례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경우가 유일하다. 두 도시에서 인구의 30%에 이르는 약 20만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1950년대까지 피폭 후유증으로 적어도 10만명이 사망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발달하여 참고할 만한 핵폭발 피해 추정이 인터넷에 여러 방식으로 공개되고 있다. 예컨대 300kt 폭탄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폭발할 경우 즉각적인 사망자를 80만명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의회보고서는 북한이 약 60개의 전술 및 전략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미국의회조사국(CRS) 리포트, 2020년 7월14일) 전면 핵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은 보유한 모든 핵무기를 사용하여 남한, 미국, 일본을 공격할 것이며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핵무기로 북한을 파괴할 것이다. 좁은 국토에서 수십발의 핵폭탄이 터져 불러올 참상과 후과는 더 이상 세세히 기술할 수 없다.

지난달 23일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화’가 답이고, 모두 알고 있다

핵전쟁 억제는 공멸에 대한 두려움에 근거한 이성적 판단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은 그리 이성적이지 않기에 이 ‘공포의 균형’은 기껏해야 불안하고 불안정한 균형이다.

북한은 자신보다 국력이 수십배에서 수백배에 이르는 한·미·일 3국을 상대하면서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핵무력 정책을 구체적으로 법령화하여 공개한 것도 거기 적시한 조건들을 만들지 말라는 간청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대부분의 경우 한·미의 군사행동이 이뤄진 뒤에 실시되었음을 볼 때 상대의 ‘도발’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 관점에서 북한의 7차 핵시험도 상황 악화와 무관하게 선제적으로 실시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핵전쟁의 위험을 ‘공포의 균형’이라는 시각에서 막으려 하면 그 과정에서 치러야 할 비용이 막대하다. 첫째, 남북한은 군비경쟁으로 많은 돈을 들여 더 큰 위험을 사는 딜레마를 안고 살아야 한다. 둘째, 한국의 대미 의존성이 심화하고 주변 강대국의 전략적 이익에 남북한이 이용당하고 희생될 수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남북 관계의 회복과 한반도 공동체의 평화와 번영이 불가능해진다.

답은 정해져 있고 모두 알고 있다. 전쟁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자 핵전쟁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평화다. 평화의 제도화이고 그것을 위한 대화다. 미국이 희망한다는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와 윤석열 정부가 밝힌 ‘담대한 구상’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하여 한국과 미국이 먼저 평화의 분위기를 담대히 조성해나가야 한다. 미국은 레토릭만으로 살 수 있지만 한국은 그것으로 죽을 수 있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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