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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이종섭 국방 “북 9·19 군사합의 노골적 위반…의도된 도발”

등록 2022-10-16 19:31수정 2022-10-17 02:43

미 전문가 “북 위반에도 군사합의 유지가 한국에 유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북한 방사포 발사는 9ㆍ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북한 방사포 발사는 9ㆍ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6일 “북한이 9·19 군사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이자 의도된 일련의 도발 시나리오의 시작일 수 있다”며 “단호한 초기 대응”을 강조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합동참모본부(합참) 전투통제실을 찾아 북한의 거듭된 군사행동에 관련한 대응태세를 점검하고 “현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이 장관은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속하는 한편, 정당한 우리 측의 사격훈련을 ‘고의적 도발책동’이라고 억지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전 현장의 지휘관과 장병들은 북한의 직접적 도발이 발생할 경우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자위권 차원의 단호한 초기 대응을 시행하는 현장 작전종결태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지난 13·14일 동·서해상 최전선 포병 사격으로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를 사실상 위반한 데 이어 “남조선군은 무모한 도발행동을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그 책임을 남쪽으로 돌리려 하는 데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4일 오후의 동·서해상 포병 사격을, 한국군이 강원도 철원에서 진행한 포사격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밝혔다고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합참은 철원 포사격 훈련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포병 사격훈련 등이 금지된 지상 완충구역(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이남)의 아래에서 실시했으며, 사격 방향도 남쪽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의 동·서해상 포병 사격의 낙탄 지점은 “엔엘엘(NLL·북방한계선) 북방 해상 완충구역 내”라고 밝혔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는 발표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19일 발표된 평양 남북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남북은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비행금지구역 △포병사격·야외기동훈련 금지구역 △완충수역 설정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 도발이 빈번해지는 만큼 긴장감을 갖고 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24시간 대비 체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국가정보원은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가 개막하는 16일부터 미국 중간선거가 열리는 다음달 8일 사이에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여당에서는 강경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정은이 지난 5년 시간을 벌어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 그 핵탄두를 실을 순항미사일이 지그재그로 날아다니고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며 “이래도 대한민국의 위기가 아닌가. 이 순간 민주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1991년 맺은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의 무효화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당 조경태·김기현 의원은 “핵 개발”을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쪽이 9·19 합의를 위반하더라도 남쪽이 이를 선제적으로 파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과거 사례에 비춰 볼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어간 뒤 결국 대화를 재개하자는 한·미 당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비록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9·19 합의에는 여러 중요한 조항들이 담겨 있으며, 이를 유지하는 것이 향후 대화 국면에서 한국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도 “(북쪽이 합의를 위반하더라도) 이를 유지함으로써 한국은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합의가 유지돼 있으면 북한이 향후 무력시위 국면에서 벗어났을 때 이를 다시 준수함으로써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은 “한국이 먼저 9·19 합의를 파기한다면 이미 합의를 어기고 있는 북한이 훨씬 심각한 방식으로 대놓고 군사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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