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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여순항쟁 아픔 서린 구례서 강연·답사로 진실을 좇다

등록 2022-10-31 11:26수정 2022-10-31 11:40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지리산 10·19 생명평화포럼’
문정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포럼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함께. 황영필 제공
문정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포럼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함께. 황영필 제공

지난 10월21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문정인)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대표 윤주옥)과 함께 구례군 후원으로 구례 섬진아트홀에서 ‘지리산 10·19 생명평화포럼’을 개최했다. 22일에는 전국의 한겨레 독자들과 함께 항쟁 현장을 돌아보는 기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개회사에서 문정인 이사장은 지난해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아직 진실을 복원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행사가 기억과 치유, 그리고 화해와 평화의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유영관 부군수를 통해서 앞으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여순10·19항쟁전국유족총연합 이규종 상임대표는 두살 때 아버지를 여읜 자신의 지난날을 회고하고 지리산 일원 구례에서 전개된 항쟁과 학살의 진상이 밝혀지기를 바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구례군의회 김수철 부의장 역시 축사를 통해서 지역민들과 함께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첫번째 발표를 맡은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여순10·19항쟁에서 희생자가 많았던 이유로 친일파 군경의 인명 경시 풍조, 대통령의 엄벌주의, 그리고 극우 반공주의에 내재한 억압성과 폭력성을 짚고 전개 과정에서의 사례들을 살폈다. 또한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기반을 제공한 고 김철호 선생의 일생을 추억하며 “억울하고 억눌리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꿈꾸며 모든 유골을 ‘이념의 노예’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마음으로 소중하게 모셔야 한다는 김철호의 뜻을 구현하는 일은 우리 몫으로 남았다”고 말하고 역사적으로 주목할 만한 민간인 집단 희생이 일어난 구례가 위령 전시 사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두번째로 함께하는남도학 소장 주철희 박사는 ‘구례지역의 여순항쟁 전개 과정과 피해 상황’을 발표했다. 사료들을 근거로 제12연대 백인기 연대장의 사망 일자 등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잡고 해방 후 인구변동과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보고서 등 자료들을 분석하여 구례에서의 피해 상황을 추정했다. 희생자 신고 접수만으로는 피해 규모를 밝히기 어려운 여건에서 ‘직권조사’라는 특별법에 명시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작가가 ‘전쟁 조형물을 통해 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독일에서 역사를 반성하고 치유하고 있는 사례를 발표했다. 독일어에는 ‘만말’(Mahnmal)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사전적으로는 역사적 사건 따위를 상기시키기 위한 기념물을 뜻하지만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과와 반성, 경고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번째로 ‘제주 4·3특별법 제·개정을 통한 진상규명의 의의와 한계’를 정연순 제주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이 발표했다. 정 이사장은 법률에 의한 진상규명 운동이 가져온 성과와 함께 ‘보상금’이라는 어정쩡한 타협의 문제와 앞으로 ‘정명운동’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향후 과제로 당시 미 군사고문단이 초토화 작전에 직간접으로 개입하여 학살을 부추긴 사실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포괄적 책임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희생자를 구분하고 배제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이 통합과 화해, 상생으로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토론은 홍영기 순천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발표자들과 함께 문수현 순천대 10·19 연구소 연구원, 최성문 전남 여순사건지원단 조사관이 참여하여 진행되었다. 저녁에는 문정인 이사장이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한국 외교’ 라는 제목으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봉기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문수간이초등학교에서 주철희 박사와 기행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황영필 제공
봉기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문수간이초등학교에서 주철희 박사와 기행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황영필 제공

기행 프로그램은 주철희 박사의 안내와 해설로 10·19 항쟁의 현장인 구례중앙초등학교 등 봉성산 일대, 간문초등학교와 섬진강변, 문수리 전투 현장, 산동애가를 낳은 산동면 일대를 답사하는 여정으로 진행했다. 한편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이날 포럼의 동영상을 재단 홈페이지와 유튜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선재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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