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17일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할수록, 조선반도 지역에서 군사활동을 강화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 외무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중통)을 통해 공개한 실명 담화에서 “미국과 일본, 남조선이 3자 수뇌(정상) 회담에서 우리의 군사적 대응조치를 ‘도발’로 단정하며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대해 횡설수설한 데 대해 엄중한 경고 입장을 밝힌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필경 이번 3자 모의판(한·미·일 3국 정상회의)은 조선반도 정세를 더욱 예측 불가능한 국면에로 몰아넣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외무상의 담화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3국 정상회의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최근 북쪽이 외무성 차원의 대미 발언을 할 때 주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의 형식을 빌린 사정에 비춰, 이번엔 공식 반응의 격을 ‘외무상’으로 높인 점이 특징적이다. 3국 정상은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아세안 관계 정상회의 계기에 만나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를 포함한 “가장 강력한 수준의 한·미·일 공조” 등을 다짐했다.
최선희 명의의 실명 담화는 2021년 3월18일 중통으로 공개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최 외무상은 담화에서 “최근 미국과 추종세력들이 대규모 침략전쟁 연습들을 벌여놓았지만 우리의 압도적 대응을 견제하지 못했을뿐 아니라 저들의 안보 위기를 키우는 꼴이 되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확장 억제력 제공 강화와 날로 분주해지는 조선반도 주변에서의 연합군의 군사활동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보다 큰 불안정을 불러오는 우매한 짓”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북한의 위협과 도발을 억제하려는 노력과 함께 남북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도 위협과 도발이 아닌 대화와 협상의 길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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