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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정욱식 칼럼] 정전 70년, 평화협정 협상의 원년으로

등록 2023-01-02 09:46수정 2023-01-02 10:00

그간 평화협정 협상 한번도 없어
한미가 협상 제안으로 물꼬 터야
1953년 7월27일 오전, 윌리엄 해리슨 유엔군사령부 중장(왼쪽 책상 앉은 이)과 남일 조선인민군 대장(오른쪽 책상 앉은 이)이 정전협상장으로 쓰던 판문점 목조건물에서 정전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정전협정은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최종 무기’다. 국가기록원 제공
1953년 7월27일 오전, 윌리엄 해리슨 유엔군사령부 중장(왼쪽 책상 앉은 이)과 남일 조선인민군 대장(오른쪽 책상 앉은 이)이 정전협상장으로 쓰던 판문점 목조건물에서 정전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정전협정은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최종 무기’다. 국가기록원 제공

올해로 한반도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된다. 한반도 주민들이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로 70년을 지내온 셈이다. 더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태가 언제 끝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에 있다. 오히려 한반도 위기가 ‘뉴 노멀’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돌이켜보면, 한반도 평화가 손에 잡힐 듯할 순간은 여러 차례 있었다. 1990년대 초에는 당시 세계 최대의 군사훈련이었던 ‘팀 스피릿’을 중단키로 한 한미 정부의 결단에 힘입어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효되었다. 2000년에는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2000년대 중후반에는 6자회담에서 여러 차례 중요한 합의가 도출되기도 했었다. 급기야 2018∼2019년에는 남북미 정상들이 직접 나서 ‘톱 다운’ 방식의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이러한 평화를 향한 노력들이 번번이 물거품이 된 배경과 이유는 다양하다.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협상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핵화 협상도 제자리를 맴돌고 말았다. 두 개의 바퀴로 굴려야 할 수레를 하나의 바퀴로만 굴리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평화협정과 관련된 역사를 복기해보면,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협상을 제안했지만, 한미는 이에 묵묵부답이었거나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 친북이나 종북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평화협정은 북한에게만 주는 선물이 아니다. 한국전쟁 종식과 상호불가침, 그리고 군축 등을 뼈대로 삼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청사진이다.

정전 70년을 맞이해 두 가지를 소망해본다. 하나는 한미가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북한에게 평화협정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주도권을 행사하길 바란다. 올해 봄에 예정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유예를 선언하고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는 것은 이를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시민들이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지만, 다수는 평화적인 해결을 염원하고 있다. 때마침 국내외 평화단체들과 종교단체들을 중심으로 한반도 종전·평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서명에 참여한 사람들은 12만5천명이다. 그리고 국내외 단체들은 정전 70년이 되는 7월 27일까지 100만명 서명을 목표로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이 서명에 동참하고 널리 알리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서명 참여: https://endthekoreanwar.net/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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