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군인의 인적사항 및 병역사항을 군인공제회씨앤씨의 서버로 전송하고, ‘국방동원 정보체계’에도 연동되도록 제시한 ‘나라사랑카드 사업제안 요청서’. 국방부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군인공제회씨앤씨는 지난해 5월 이런 조건으로 사업자를 공모해 신한은행과 에스케이씨앤씨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국방부 ‘나라사랑카드’ 군인공제회에 전면 위탁
국방부가 올해 10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중인 ‘나라사랑카드’ 사업이 중요한 군사정보를 외부로 새어나가게 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병들에게 신분증 겸 현금카드 용도로 지급될 이 카드는 계급·군번·병과·전역일 등이 담기는 종이 전역증(병무처 발급 병역증 포함)을 대체하게 되는데, 국방부가 이 사업을 통째로 군인공제회에 맡겼기 때문이다. 개인신상 물론 병과까지 공제회 자회사 서버로 가입
수수료·군내 PC방 대금 결제 ‘특혜 눈총’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임종인 의원(열린우리당)이 공개한 국방부·병무청·군인공제회 3자 사이의 ‘나라사랑카드 관리·운영 대행 약정서’를 보면, 국방부는 병무청과 함께 지난해 5월 군인공제회와 업무대행 약정을 맺었고, 군인공제회는 자회사인 군인공제회씨앤씨(C&C)를 통해 신한은행과 에스케이씨앤씨(SK C&C)를 카드·시스템 사업자로 선정했다. 나라사랑카드는 신분인식, 봉급 및 여비 지급, 병무기록 관리, 전자화폐 등 다양한 부가업무가 가능하도록 전자칩을 내장한 스마트카드다. 이 계획대로 사업이 시행되면 60여만명의 현역 군인은 물론, 수백만명에 이르는 예비군들의 계급·병과 등 각종 병역 관련 신상정보가 인터넷망을 통해 군인공제회씨앤씨의 서버로 모이게 된다. 군인공제회씨앤씨가 지난해 5월 시스템·카드 사업자들에게 보낸 사업참여 제안 요청서를 보면 “취합된 인적사항 및 병역사항 디비(DB)를 군인공제회씨앤씨 IDC센터 내 나라사랑카드 관리시스템 디비로 전송, 연동할 수 있도록 설계 요구”한다고 돼 있다. 갖가지 인적사항과 병력 정보를, 군 밖의 군인공제회 산하 민간기업으로 취합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공보과 박승만 소령은 “애초 구상은 그랬지만, 현재는 군인공제회가 군인 신상정보를 관리하지 않는 쪽으로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군인공제회씨앤씨의 권세환 사업팀장은 문제의 사업제안 요청서 내용에 대해 “군인 신상정보를 군인공제회 서버에 모은다는 뜻이 아니다”라면서도 정확한 의미를 밝히지 않았다.
시스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군을 아우르는 전산망을 군인공제회씨앤씨가 구축한다면, 시스템 관리 주체인 이 업체가 카드 가입자의 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전역증과 병역증에 담긴 정보들이 취합되고 가공된다면 병력 규모나 배치 등과 관련한 중요한 현황과 정보가 된다”며 “국방부와 군인공제회의 계획대로라면 이 정보가 고스란히 민간 기업으로 넘겨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는 흡사 행정자치부가 특정 민간기업에 전 국민의 주민번호 정보를 넘기고 전자주민증 사업을 위탁하겠다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며 “때문에 군 일각에선 사업 위탁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군인공제회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있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위탁받은 군인공제회는 신한은행으로부터 카드 가입자 1명(매년 40만명 가량)당 2천원씩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임종인 의원은 “국방부가 최근 병사들로부터 요금을 받고 인터넷을 사용하게 해주는 피시방 사업권을 군인공제회에 줬는데, 이 피시방 대금 결제는 현금이 아닌 나라사랑카드로 하도록 했다”며 “나라사랑카드는 이런 수익사업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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