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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화성 17형’ 유사 ICBM 발사…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

등록 2023-03-16 14:18수정 2023-03-16 14:38

대통령 전용기 이륙 2시간30분 전
한미일 안보협력 견제 뜻 담긴 듯
북한은 지난해 3월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시험발사를 했다고 다음날(3월25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3월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시험발사를 했다고 다음날(3월25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6일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쏠 경우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발표한다.

합참은 이날 “오전 7시10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하였으며,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동향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분석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합참은 ‘정보역량 노출 우려’를 이유로 북한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고각 발사만 공개했다. 고각 발사는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통상 30~45도인 발사 각도를 일부러 90도에 가깝게 높이는 방식이다. 고각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실제 비행거리는 최고 고도의 2~3배가량으로 추정한다. 이날 일본 방위성이 밝힌 북한 미사일의 최고 고도가 6000㎞를 넘어, 북한 미사일의 실제 비행거리를 1만5천㎞ 안팎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본토 전역을 모두 미사일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오전 7시9분께 북한 평양 근교에서 탄도미사일 1발이 동쪽 방향으로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북한 미사일은 약 70분간 비행했고, 오전 8시19분께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에서 서쪽 약 200㎞에 있는 동해 수역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전했다. 비행거리는 약 1000㎞, 최고 고도는 6000㎞를 넘어 평소보다 각도를 높이 쏘아 올리는 ‘로프티드 궤도’에서 발사(고각발사)된 것으로 보이며 아이시비엠급이라고 엔에이치케이가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아이시비엠을 8차례, 올들어 이날까지 합쳐 2차례 아이시비엠을 발사했다.

지금까지 북한의 모든 아이시비엠 시험 발사는 고각 발사로만 진행되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사거리 비행 능력은 보여줬으나, 정상 각도로 시험발사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등 아이시비엠 핵심 기술 확보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 정부 입장이다.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를 기준으로 단거리미사일(SRBM·300~1000㎞), 준중거리미사일(MRBM·1000~3000㎞), 중거리미사일(IRBM·3000~5500㎞), 대륙간탄도미사일(ICBM·5500㎞ 이상)로 나뉜다.

지난달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대륙간탄도탄인 화성-17형이 10기 이상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달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대륙간탄도탄인 화성-17형이 10기 이상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군 관계자는 “이날 탐지된 북한 미사일 제원은 화성-17형과 유사하다”며 “지난달 18일 북한이 발사한 화성-15형과는 제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화성-14형, 화성-15형, 화성-17형, 대포동을 갖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고체연료 기반 탄도미사일은 액체연료에 견줘 연료 주입 시간이 짧기 때문에 발사 전 탐지가 어렵다.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 발사 동향을 사전에 탐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이시비엠 발사 의도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일본 도쿄에서 있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이 탄 공군 1호기가 일본으로 출발하기 약 2시간30분 전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점 등을 이런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북한의 중거리·장거리 미사일이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점을 감안하면, 이날 아이시비엠 발사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공동 대응을 강조해온 한·일 안보협력과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견제 의도로 보인다.

정보 당국은 이날 아이시비엠 발사 현장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겸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양이 참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13일 시작해 23일까지 이어질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에 대응해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14일 황해도 장연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지난 12일 신포 일대에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 지난 9일 남포 일대에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미사일 6발을 쏘았다. 북한은 올해 이날까지 합쳐 탄도미사일을 6차례 발사했다.

합참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로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 군은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하에 계획하고 있는 연합연습과 훈련을 강도 높고 철저히 시행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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