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8일 평양국제비행장(순안비행장)에서 이뤄진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3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쏘았다. 북한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면 이번이 처음이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 과정이 필요 없어 바로 발사할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군은 13일 오전 7시23분께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1천㎞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발표했다. 미사일 정점 고도는 3천㎞ 미만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정상 각도로 발사됐을 경우 비행거리를 5천㎞가량으로 파악했는데, 이후 추가 분석을 한 뒤 대륙간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규정했다.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새로운 무기체계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새로운 체계의 중거리 미사일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열병식 때 공개했던 여러 무기체계 중 하나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월 열병식에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공개했다. 합참은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시험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달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마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군 당국은 이날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체연료는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리는 액체연료와 달리 건전지를 끼우듯이 바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어 신속한 발사를 가능하게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사전 포착해 선제타격하는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포함하는 3축 체계를 북한 핵·미사일 대책으로 삼고 있는데,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을 쏘면 사전 포착과 대응에 어려움이 불가피하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상승 속도도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빠르다.
합참은 발사 배경으로 “북한이 4월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등을 앞두고 핵무력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고, 한·미 확장억제력에 대한 반발을 과시하는 차원일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7일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바탕으로 한·미, 한·미·일 정보공유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