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남한기업들 북에서도 지켜야”
통일부는 시큰둥…“요구할 근거 없어”
통일부는 시큰둥…“요구할 근거 없어”
환경부가 남북경협이 친환경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든 환경가이드라인이 통일부의 소극적 태도에 가로막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남북경협이 활발해지면서 늘어나는 북한 진출 남한기업들에 의한 북한의 환경훼손을 줄이기 위해 ‘남북경협 환경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남북경협 추진 기업들이 사업계획 수립 때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북한에서 남북경협사업을 벌이는 남한 기업들에게 북한에 환경기준이 없거나 있더라도 남한 기준보다 느슨할 경우, 남한의 환경기준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뼈대다.
하지만 남북경협을 총괄하는 통일부는 정작 환경부로부터 이 가이드라인을 전달받고는 “기업들에게 이를 요구할 근거가 없다”며 경협사업 추진기업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경협사업 심사과정에 적용하지도 않고 있다. 경협사업 주무부처의 이런 소극적 태도는 본질적으로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부는 경협사업의 환경부문을 통일부와 협의할 때 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협사업의 칼자루를 쥔 부처가 관심조차 없는 상태에서, 뒤늦게 제시되는 강제성도 없는 규정 때문에 거의 확정된 사업계획을 수정할 기업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납북경협 환경가이드라인에 반대하는 이유는 북한에 들어가서 사업하는 기업들에게 지키라고 요구할 근거도 구속력도 없다는 점 때문이다. 한마디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문대근 통일부 남북경협총괄팀장은 “남한의 환경규정이 싫어서 북한에 가는 기업들에게 북한에서까지 남한 환경규정을 지키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환경부가 과욕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통일부가 환경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가이드라인 설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실제 환경분야에는 지키지 않으면 제재가 따르는 ‘규제기준’ 이외에도 반드시 준수할 의무는 없지만 오염물질 배출자들이 기업활동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과 같은 다양한 ‘권장기준’이 설정돼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자들이 처벌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고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따라주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언젠가 이뤄질 통일 이후 북한의 환경오염 제거와 관리에 들어갈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또 휴전선이 북한에서 확산되는 환경오염물질까지 막아주지 못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북한의 환경문제를 남의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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