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서 권총을 후임병의 입속에 넣는 등 가혹 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가해자는 ‘강등’ 징계를 받은 후 상병으로 전역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2021년 해병대 위병근무 도중 선임병이 자신에게 권총 총구를 들이댄 채 ‘러시안 룰렛’을 했다는 내용이 게시됐다.
자신을 ‘2020년에 입대한 해병’이라고 소개한 피해자 ㄱ씨는 “2021년 1월 해병대 모부대 동문 위병 근무지에서 근무했을 때 일”이라며 선임 ㄴ씨의 가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ㄴ씨가 5발이 들어가는 리볼버 권총에 공포탄, 가스탄, 고무탄을 섞어 모두 4발을 삽탄한 채 자신과 또 다른 선임에게 방아쇠를 당기는 러시안 룰렛을 가했다고 적었다. 실탄을 장전한 것은 아니었고, 탄창에서 1발 자리는 비어있었다고 한다.
ㄱ씨는 “처음에는 1미터 간격에서 조준해서 방아쇠를 당겼고 점차 가까워져서 입안에 리볼버를 넣고 러시안 룰렛을 하고 관자놀이에 조준해서 방아쇠를 당기기도 했다”며 “그렇게 일주일 간 근무를 했고 주말에는 리볼버로는 재미가 없었는지 대검을 꺼내 보라 하며 칼싸움하자는 식으로 대검으로 제 선임과 제 몸에 베는 행동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피해를 입은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는 그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과 향정신성 마약을 먹어야만 잠을 잘 수 있었고 매일 반복되는 진술과 상황 재연 그리고 주변 시선 등으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피폐해졌다”며 “군에서는 피의자를 상병 전역 시켰고 그 후 저도 전역해 지금까지 법적 공방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해병대사령부는 이날 자료를 내어 “해당 사건은 2021년 4월께 군사경찰로 접수돼 정상적으로 수사가 진행되었고, 가해자는 직무수행 군인 등 특수폭행 등의 죄명으로 병 계급에서 가장 엄한 징계인 ‘강등’ 처분을 받았으며, 군 검찰에 송치했다”며 “가해자는 2021년 6월 전역하여 현재는 민간인 신분으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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