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이 7월 22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가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7월 27일로 70년째를 맞이하는 정전협정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하나는 “최종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일체의 적대행위와 무력 사용을 정지함으로써 휴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3개월 내에” 고위급 정치회담을 소집해 최종적인 평화 상태를 달성할 수 있는 협의를 건의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협정’이자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유지되는 ‘잠정 협정’이었다. 하지만 1954년 제네바 정치회의가 결별된 이후 평화협정을 논의하기 위한 정치협상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정전협정은 강력한 체제로 굳어지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평화협정이 공론화될수록 남남갈등이 격화되는 현상이다. 평화협정의 예비단계에 해당한다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2018년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할수록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의 반발도 거세졌다. “대한민국에 종말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행위이고 반헌법적 행태”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나왔다. 그리고 정권교체 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종전선언=가짜평화’ 프레임을 만들어 오늘날까지 전임 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에 전임 정부 인사들은 현 정부·여당이 “냉전적 사고에 갇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진영 논리의 껍질을 벗기고 문제의 본질을 직시할 필요도 있다. 현 정부·여당의 종전선언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도 문제지만, 전 정부·여당의 ‘맹목적인 집착’도 문제였기 때문이다. ‘종전선언=가짜평화’ 프레임은 터무니없는 정치공세이자 냉전적 사고이다. 반면 전 정부·여당은 탈냉전적 사고를 강조하면서도 한미연합훈련과 역대급 군비증강 지속이라는 냉전적 국방정책을 추구하고 말았다. 심지어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과 세계 5위의 군사강국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인지부조화이자 언행불일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27 선언에는 정상회담 차원에선 처음으로 “단계적 군축” 추진이 담겨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남북미 당국 모두 평화협정에 대한 무관심이 커진 것도 유감스러운 주목거리이다. 평화협정은 북한의 오랜 요구 사항이었다. 특히 ‘꺾어지는 해’에는 협상 개시라도 하자는 입장을 밝히곤 했었다. 하지만 2020년 한국전쟁 발발 70년에도, 올해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에도 이러한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핵무력을 국체로 삼기로 결정하면서 평화협정에 대한 관심도 접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설상가상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각종 한미 성명에서도, 윤 정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도 평화협정이나 평화체제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췄다. 어느 일방에 의해서든, 혹은 당사자간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서든 한반도 문제의 핵심 의제였던 평화협정이 말조차도 사라진 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이렇듯 남북미 당국의 무관심과는 달리 국내외 시민사회에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0년부터 국내외 시민·종교단체와 인사들은 ‘한반도 평화선언’에 대한 전 세계 서명과 각계의 지지 선언을 모으고 있다. 7월 27일까지 1백만명의 서명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그 결과를 한국전쟁 관련국 정부와 유엔에 전달할 예정이다.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서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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