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24일 벨기에 브뤼셀 의사당에서 북한인권 청문회를 열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의외의 발언
지난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유럽의회 주최로 열린 탈북자 청문회에선 ‘어떤 게 효과적인 북한인권 개선 방안이냐’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논쟁의 당사자는 루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대학 교수(동아시아 정치경제학과)와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대북 압박론’ 일색이던 청문회 분위기에서 루디거 교수의 발언은 의외였다. 그래서 당연한 얘기임에도 참신하게 들렸다. 동독 출신으로 남쪽의 고려대와 북한 김일성대에서 공부한 루디거 교수는, 평양과 개성의 최근 모습을 담은 비디오까지 보여주며 참석자들을 ‘설득’했다. “북한에는 수용소만 있는 게 아니다. 일반인들이 결혼하고 전화도 하고, 대동강변에서 놀이도 즐기고, 심지어 할인판매도 있다. 이상적인 자본주의와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북한에서 서구 방식을 따르는 많은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북한의 경제개혁을 지원하는 게 인권개선을 위해 필요하다.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송 의원이 바로 맞받았다. “북한은 자본주의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돈에만 관심이 있다. 남한의 지원이 증가할수록 북한의 군사력만 증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루디거의 주장은) 정확한 정보에 기초를 두지 않은 발표라고 생각한다.” 미국 프리덤 하우스와 탈북자 단체 인사들도 송 의원을 거들었다. 루디거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돈이 곧 자본주의고, 돈이 중요해지면 자본주의가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다. 북에 그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압박도 필요하지만 시장개혁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장기적·종합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2~23일 브뤼셀에서 열린 제3차 북한인권국제대회는 지난해 12월 서울대회와 달리 선언문 채택없이 행사를 끝냈다. 이제훈 기자, 브뤼셀/연합뉴스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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