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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산지 개간지 줄고 조림사업 성과…북녘 산, 이제 산처럼 보여”

등록 2023-10-04 05:00수정 2023-10-04 08:43

[북-중 접경 1334㎞를 가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인터뷰
지난달 조-중(북-중) 접경 1334㎞를 두루 살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지난달 조-중(북-중) 접경 1334㎞를 두루 살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북한 최대 국경도시인 신의주는 물론 내륙의 접경도시인 혜산시에도 아파트 등 고층 건물이 다수 새로 들어섰다. 오지 중의 오지인 량강도(양강도)의 다수 접경마을에서도 마을 전체를 재개발하는 현장을 눈으로 확인했다. 평양의 건설 열기가 전국화해 접경마을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압록강에 접한 자강도·양강도의 산비탈 꼭대기까지 파고든 뙈기밭(산지 개간지)도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 뙈기밭이 준다는 건 굶주림이 없다는 방증이다. 중국의 접경지역을 돌며 ‘북한에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조-중(북-중) 접경 1334㎞를 두루 살핀 뒤 내린 잠정 결론이다. 이 전 장관은 1996년부터 공직에 있을 때를 빼고는 해마다 1~2차례 조-중 접경지역을 돌며 북한의 실상과 변화 양태를 살펴왔다. 그는 2019년 8월 답사 뒤, 코로나19로 국경이 닫히면서 지난 4년 동안 조-중 접경지를 살피지 못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4년간 북한의 정치통제가 강화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제개혁정책도 후퇴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경제개혁정책은 지속돼온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접경 농촌마을의 절반 정도는 문화주택이 들어섰거나 건축 중”이라며 “뙈기밭으로 헐벗은 접경지의 북녘 산에도 2015년 이후 지속적인 조림 사업으로 나무가 꽤 자라 산이 산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에 다른 수입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접경에서 확인한 건설·조림 열기는 평양의 건설 열기가 전국적 현상임을 뜻한다”며 “이 정도의 건설 인력·자재·차량 동원은 북한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수입 원천이 있음을 방증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한 “북한 경제가 역성장하고 있다는 (정부와 일부 전문가의) 분석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곤 “중국 학자가 ‘한국과 미국 정부의 의사결정자들이 조-중 국경 상황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재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미 정부의 ‘대북 제재 맹신’을 겨냥한 언급으로 읽힌다.

북한에 아사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정부와 일부 전문가의 분석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북한에서 농업 생산력 제고를 위한 경쟁 단위를 기존의 ‘다수확 농장’(집단)에서 ‘다수확 농민’(개인), 곧 1인 또는 가족 단위로 줄인 표현이 출현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몇년새 북한에 과자류 상품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건 식량사정이 외부의 관측보다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북·중 양국은 2019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관광·청년교류·농업협력 등 제재를 어기지 않는 다방면적 교류 확대에 합의했으나 이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행이 중단됐는데, 이제 다시 (교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밀착에 대응한 북·중·러 3각 협력 가속화 여부를 두고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북·중·러 3각 협력은 미국 등의 고강도 비난을 불러올 우려가 있어 중국 정부가 조심스레 대응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국은 당분간은 전면적 북·중·러 3각 협력보다 북-중, 중-러라는 두개의 양자 관계를 강화하며 정세의 변화를 살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북-중, 북-러 경제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의 오랜 꿈인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한반도 공동번영의 기회 공간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둥 훈춘/글·사진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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