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베트남, 콜롬비아 사례 연구
‘인권의 평화·발전 효과’ 연구 결과 나와
북한인권법, 발전적 개정 필요
‘인권의 평화·발전 효과’ 연구 결과 나와
북한인권법, 발전적 개정 필요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남북관계가 경색되어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대북 통일정책을 어떻게 전개해나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성찰과 중장기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러한 취지를 살리고자 통일연구원 ( 원장: 김천식 ) 이 ‘ 인권의 평화 · 발전 효과 ’ 라는 제하의 국제 비교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 연구 사례는 사회주의 체제가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한 폴란드와 베트남 , 그리고 장기분쟁 후 평화를 수립해가는 콜롬비아 등 셋이다 . 연구진은 필자를 포함해 5 명의 전문가들로 구성하였다 . 이 연구는 ‘ 적극적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복합전략 ’ 이라는 제하의 5 개년 연구의 4 년차 결과로서 , 인권 - 평화 - 발전의 순환관계가 논의의 틀이다 . 통일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미래를 보편 가치들의 조화에서 찾자는 문제의식으로 윤석열 정부의 ‘ 가치외교 ’ 와도 상응한다 .
폴란드와 베트남은 냉전체제의 몰락과 공산체제의 전환이라는 두 가지 거시적 변화 속에서 서로 다른 길을 보여주었다 . 폴란드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로 급격하되 평화적으로 전환하였다 . 큰 부침 없는 정권 교체와 유럽연합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 . 공산체제 하에서 교회와 공장에서 시민운동이 일어난 점은 폴란드 사례의 특징이다 . 국제인권조약에의 가입과 국가추념원을 통한 사법적 과거청산 작업은 폴란드의 인권 개선을 가져왔다 . 그 연장선상에서 폴란드 사회의 투명성과 통합성이 높아져 사회적 평화와 경제발전도 함께 나타났다 . 선순환의 예이다 .
그에 비해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 내의 개혁이라는 점진적 체제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 베트남의 인권 정책은 ‘ 도이 머이 ’ 로 불린 개혁 정책과 헌법 개정과 같은 대내적 계기 ,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와 세계무역기구 가입과 같은 대외적 계기가 결합해 나타났다 . 베트남의 인권 정책은 국제인권규범을 수용하면서 갈등을 벌이기도 했다 . 발전에 관심이 많고 사회주의 인권관을 가진 베트남은 사회경제적 권리에는 적극적인 데 비해 시민정치적 권리에는 소극적이었다 . 하지만 2000 년대 이후에는 시민정치적 권리 개선도 나타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 베트남에서의 과거사 청산이 국가 통합과 화해 정책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점 역시 평가할 만하다 .
콜롬비아는 고질적인 장기분쟁 국가로서 , 2023 년 현재에도 내전 종식을 위한 최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 콜롬비아 평화 프로세스는 수많은 정치적 계기들을 통해 진행되어 왔다 .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깨진 경우도 있었다 . 인권 - 평화 - 발전의 악순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2016 년 체결된 광범위한 평화협정에 인권 조항이 많다는 것은 인상적이지만 , 살인과 폭력 그리고 불평등이 만연해 있다 . 그럼에도 평화협정 이행에 적극적인 페트로 정부가 들어서고 평화협정 체결을 거부했던 반군세력이 태도를 바꾸면서 인권의 평화 · 발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 콜롬비아 사례는 장기분쟁의 경우 평화정착이 우선이고 , 분쟁 직후부터 인권 개선을 추구함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그렇다면 이러한 사례들이 한반도에는 어떤 함의를 줄까 ? 본 연구에서 다룬 사례 중 어떤 것을 취사선택하기보다는 한반도의 현실과 미래지향적인 가치에 알맞은 사례를 준별해 그 시사점을 도출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 이 연구를 통해 얻은 시사점으로 첫째 , 한반도 미래를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종합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 둘째 , 인권에 기반한 통일 한반도라는 비전 아래 다양한 대북정책을 조화시켜 국내외적 지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 셋째 , 비판과 지원 · 협력 등 균형적이고 유연한 접근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일이다 .
구체적으로 북한인권법을 개정하여 전면적인 실행을 검토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제안해본다 . 현행 북한인권법은 초당적인 협력으로 제정한 의의가 있으나 , 인권 - 평화 - 발전의 선순환을 도모하기에는 취약하고 또 부분적인 시행에 머물러 있다 . 이에 따라 북한인권법의 기본 취지와 원칙이 “ 북한인권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 ,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을 상호 조화롭게 추진하고 , 그 결과가 북한주민들의 존엄한 삶에 기여하도록 힘쓴다 ” 는 데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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