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타마 합창단 핫탄다 마코토 단장
“노래는 국경을 넘는다는 것을 서로 체감해서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가 간의 관계가 어떻든 우리는 문화의 힘으로 손잡고 전진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일본 사이타마 합창단의 핫탄다 마코토(65) 단장은 수상 소감에서 “서로 입장이 다르더라도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이타마현 출신으로 1987년 합창단에 입단한 핫탄다 단장은 올해 2월부터 새 단장을 맡고 있다. 합창단은 2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로 구성돼 있다. 일상의 삶을 이어가면서 세상을 가꾸는 노래의 힘을 전파한다.
사이타마 합창단은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일본 문화 개방에 발맞춰 한-일 문화교류를 본격 추진했다. 일본의 시민으로서 한국의 민주화를 응원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뜻을 전하려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평화의 나무 합창단과도 각별한 연을 맺었다. 2009년 ‘한국 3·1독립운동 90돌 교류 방문’ 때 평화의 나무 합창단의 연주에 감동한 기타즈메 다카오 전 단장이 협연을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두 합창단은 이듬해 ‘한반도 강제병합 100년 한일 시민대회―기억·화해·동행 ‘평화, 그날이 오면’’이란 제목으로 함께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두 합창단 사이에서 ‘소통의 가교’ 노릇을 해온 재일한국인 정강헌 명예단원의 노고가 컸다.
사이타마 합창단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서 가해자의 책임을 강조한다. 사이타마에 많이 거주하는 재일조선인들을 돕는 활동을 펼치는 데 힘을 쏟는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핫탄다 단장은 “저희는 일본과 한국의 불행한 과거사를 진지하게 마주하면서 마음을 담아 연주한다”고 말했다.
사이타마 합창단은 시상식 다음날인 9일 ‘간토대학살 100주기 한·일 시민 합동 추모문화제―간토, 100년의 침묵’ 무대에 섰다. 경기문화재단 주최로 가천대에서 열린 이날 공연에서 합창단은 관객들의 열광적인 요청으로 ‘아리랑’을 두차례 합창하며 대미를 거뒀다. 핫탄다 단장은 “지난 10개월 가까이 많은 시간, 소중한 정성, 고귀한 땀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감동의 드라마였다. 지구상에서 이렇게도 감동적인 곳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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